빈곤 해소, "자선 말고 구매로"

네팔(카트만두)=희망대장정 2007.10.29 11:52
글자크기

[젊은 아시아, 빈곤을 넘어]<4-1>네팔의 공정무역기관 '마하구티' 탐방기(상)

편집자주 2달러, 우리돈으로 약 1800원. 이 돈으로 아시아 인구 중 9억명이 하루를 삽니다. 21세기 이후 아시아 경제성장률은 연 평균6.3%로 다른 지역의 2배에 가깝습니다. 아시아는 과연 빈곤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아 김이경, 윤여정, 주세운 등 세 젊은이로 구성된 '희망대장정'팀이 지난 9월, 아시아 최빈국의 빈곤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80일 동안 이어질 이들의 희망대장정을 머니투데이가 전해드립니다.

↑네팔 카투만두의 공정무역 <br>
봉제공장에서 한 직원이 <br>
컴퓨터를 사용할 때 쓰는 <br>
손목 보호대를 만들고 있다. ↑네팔 카투만두의 공정무역
봉제공장에서 한 직원이
컴퓨터를 사용할 때 쓰는
손목 보호대를 만들고 있다.


이질은 질긴 병이었다. 방글라데시에서 네팔로 넘어오기 직전 이질에 걸린 주세운(22)군은 네팔에 온 후에도 거의 2주일을 앓아야 했다.

10월 4일, 굿네이버스 정도용 지부장의 도움을 받아 네팔 카트만두의 ALKA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우리 일행 중 한명이 외쳤다. "마하구티(Mahaguthi)다!" 투병 5일째로 축 쳐져 있던 세운군이 외쳤다. "어디? 내리자!"



세군군은 '마하구티'라는 글자를 보더니 아픈 것도 잊은 채 신이 났다. 우리 모두는 마하구티 상점 간판에 적힌 IFAT(국제공정무역연맹) 마크를 보고 흥분했다. 사실 우리가 '희망대장정'을 꾸려 80일이 넘는 긴 여행에 나선 계기는 '공정무역'이었다.

2006년 12월 26일. '지구촌대학생연합회'라는 동아리가 주최한 포럼에서 우리 세 사람은 '파키스탄 공정무역 축구공'을 주제로 한 팀이 됐다. 팀 발표가 끝난 뒤 우리는 심사위원과 참여자의 비판을 받았다. "과연 한국에서 공정무역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에서도 공정무역 운동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우리는 한국도 유럽처럼 공정무역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공정무역은 빈곤을 감소시키는 여러가지 방법 중에서도 원조가 아니라 상품 구매로써 저개발국의 생산자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어 우리에겐 획기적인 대안으로 보였다.

아름다운가게가 판매하는 공정무역커피인 '희말라야의 선물', ㈜ 희망무역에서 판매하는 네팔 의류 등 한국에서도 판매되는 공정무역 상품이 네팔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10월 5일, 우리는 네팔 카트만두에 자리 잡은 공정무역 기관 '마하구티'를 찾아갔다. 마하구티는 현재 네팔 전역에서 150여개 이상의 생산공동체와 거래하며 세계 각국으로 공정무역 상품을 수출하는 세계적 공정무역 기관이다.
↑네팔 카트만두의 파탄지역 입구에 위치한 <br>
마하구티 사무실과 상점.↑네팔 카트만두의 파탄지역 입구에 위치한
마하구티 사무실과 상점.
1926년 마하트마 간디에게 영감을 받은 툴시 메하르씨가 설립한 마하구티의 시초는 네팔의 가난한 여성, 과부, 하위 카스트에 속한 사람들을 모아 조직한 공동체였다.

이 공동체는 '툴시 메하르 아쉬람'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성장했다. 현재 수백 명의 여성들이 이 공동체 안에서 가족들의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공정무역 단체인 ㈜ 희망무역은 일본의 네팔리 바자로를 통해 마하구티의 상품을 판매한다.

마하구티 사무실 2층에 올라가니 설립자 툴시 메하르의 사진과 간디의 그림이 붙어있다. 안에서 수닐 치트라커(Sunil Chitrakar) 마하구티 사무총장이 우리를 맞이해줬다.

그는 다큐멘터리 '공정무역, 아름다운 거래'를 제작한 박창순 한국공정무역연합 대표와 육정희 선생(현 강원도 보건복지여성국장) 부부와의 인연을 이야기했다. IFAT 2007 컨퍼런스 때 우리의 '희망대장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었다. 공정무역으로 서로 다른 세상이 이어지고 있음이 새삼 실감 나게 느껴졌다.

마하구티는 IFAT에 가입되어 있지만 상품에 FLO(국제공정무역상표기구) 인증마크를 붙이지 않는다. 수닐 총장은 "취급하는 상품이 5000가지가 넘는데다 모니터링이 힘든 의류, 수공예품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모두 FLO 인증마크의 기준을 충족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상품을 점검할 때마다 문서로 작업해 작업환경, 생산자들의 생활을 수시로 확인합니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공정무역기관인 '마하구티'조차 공정무역 마크를 받기 어려운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공정무역을 지지하는 소비자들이 인증마크를 보고 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과연 합리적인 일일까?

수닐 총장은 "공정무역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어떤 경제학 책도 '무엇이 공정한 무역인가'에 대해 정리해놓은 이론이 없는 상황에서, 공정무역 단체들은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 취재온 사람들은 지금도 공정무역 작업현장이 열악하다고 느낍니다. 그러나 과거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지금은 훨씬 개선된 상황입니다."

수닐 총장은 "10년 뒤 대학 경제학 교재에서 공정무역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 공정무역이 운동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성을 지닐 수 있는 학문으로 남을 수 있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수닐은 마하구티와 거래하는 한 봉제공장을 소개했다. 3층짜리 이 공장은 아이들 캐릭터 가방을 생산하고 있었다. 완제품을 포장 검사하는 인디라(30)씨는 "마하구티와 함께 한 후 수익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좋다"고 했다.

5층 작업장 옆에는 생산자 아기들을 위한 보호소가 마련돼 있었다. 1층짜리 보호소에는 여자 직원들이 작업 중 틈틈이 나와서 아기와 함께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어서)
↑공정무역기관 '마하쿠티'의 생산자와 그의 아이들. <br>
이들이 일하는 봉제공장은 작업 중에도 아이들을 <br>
돌볼 수 있도록 근처에 보호소를 마련했다.↑공정무역기관 '마하쿠티'의 생산자와 그의 아이들.
이들이 일하는 봉제공장은 작업 중에도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근처에 보호소를 마련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