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을 팔아?" 오닐 해고 위기..주가↑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7.10.27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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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 오닐 메릴린치 회장스탠 오닐 메릴린치 회장


스탠리 오닐 메릴린치 회장이 자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막대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회사가 휘청거린데다, 이사회와 상의도 없이 합병을 추진했다는 '괘씸죄'가 추가됐다.
메릴린치의 합병 가능성과 오닐회장 해고전망은 역설적으로 메릴린치 주가에 최고 호재가 됐다.

26일 오후 3시(현지시간) 현재 뉴욕 증시에서 메릴린치 주가는 전날보다 7.4% 급등한 65.4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8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불거지기 전만 하더라도 90달러 이상에 거래되던 메릴린치 주가는 8월 이후 줄곧 하락, 25일에는 연중 최저가인 60달러까지 내려가는 수모를 겪었다. 이는 52주 최고치 대비 38%나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날은 개장초부터 강세를 유지, 연중 최고의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터너 인베스트먼트의 포트폴리오매니저 데이비드 호놀드는 "오늘 메릴린치의 주가상승은 오닐회장의 방출과 합병가능성 두가지 요인이 작용한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펑크지젤의 애널리스트 리처드 보브도 "월가는 누군가가 해고되는걸 좋아한다. 투자자들은 (경영진교체로) 메릴린치의 수익이 확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희생양'으론 부족..본인 차례



오닐 회장은 메릴린치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투자자산의 손실 위험성을 과소 평가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안팎으로부터 경영실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메릴린치는 앞서 지난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로 인해 84억달러를 상각해야 했다. 여기에 CIBC 월드마켓은 25일 메릴린치가 4분기에 추가로 40억달러를 상각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한바 있다.

뉴욕타임즈는 26일 오닐회장이 이사회와 사전 논의도 없이 와코비아 은행의 켄 톰슨 회장과 만나 합병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오닐을 제거하고자 하는 메릴린치 내부 세력이 뉴욕타임즈에 이같은 사실을 흘려 그를 곤경에 처하게 했다는게 월가의 관측이다.
오닐 회장은 앞서 지난달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책임을 물어 국제 상품시장 책임자 오스만 세머시(39)를 해고한바 있다. 세머시와 함께 미국 채권시장 공동대표를 맡아왔던 데일 라탄지오도 함께 물러나게 했던 오닐 회장이 이제는 스스로의 거취를 결정해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CNBC는 오닐 회장이 자신의 친구들 및 가까운 동료들에게 '곧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보도했다.
벌써부터 이사회가 오닐 후임으로 블랙록의 래리 핑크와 NYSE 유로넥스트의 존 데인 대표가 유력하다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 메릴-와코비아? "불가능한 이야기"

와코비아와 메릴린치는 고객층이 겹치기 때문에 합병에 따른 시너지가 적을 것이라는게 월가의 반응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역시 톰슨 회장이 "메릴린치와의 합병 가능성을 이사회 멤버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며 메릴린치와의 합병은 힘들것이라고 분석했다.
직원 1만5000명의 메릴린치가 1만명을 거느린 와코비아 계열 A G 에드워드
와 합병, 씨티그룹을 앞지르는 거대한 증권사로 탄생하는걸 정부당국이 승인할지도 의문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와코비아 역시 지난분기 순익이 80% 감소한 상황에서 톰슨회장이 이같은 메가톤 규모의 딜을 추진하기는 힘들것이라는 분석이다.

누군가가 메릴린치를 인수한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펑크 지젤의 애널리스트 리처드 보브는 "자산규모 1조1000억달러에 달하는 메릴린치를 인수할수 있는 회사는 씨티, 뱅크 오브 아메리카, JP모간 체이스 정도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돈많은 아랍국가나, 혹은 (베어스턴스처럼) 중국 기업 정도는 돼야 아마도 메릴린치의 지분 상당부분을 매입할수 있을 것"이라며 합병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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