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건보공단의 우울한 국정감사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7.10.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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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이날 국감에서는 최근 사회적 물의가 빚어진 건보공단 직원들의 개인정보 무단조회와 사상 최대 적자가 예고된 건강보험 재정난 등의 현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순진한' 기대가 깨지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건강보험료 축소납부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면서 국감장은 '감사'는 실종되고 '정쟁'만 남게 됐다.



통합신당 의원들은 작심이라도 한듯 경쟁적으로 이 후보 관련 의혹을 쏟아냈다. 시선을 끌기 위해 명품 핸드백인 '켈리백'이 또 국감장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지지 않고 "국민정서법에 호소하는 마녀사냥", "막무가내식 후보 흠집내기"라고 맞받으면서 국감의 정상적인 흐름은 매번 끊겼다. 이 과정에서 막말 주고받기와 고함 지르기는 예사였다.



'고장난 축음기' 마냥 국감 내내 '이명박 검증 공방'이 이어졌지만 속 시원한 검증 대신 의혹만 더 부풀려졌다. 어떻게든 상처를 내려보는 쪽과 물타기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쪽의 노력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자연스럽게 정작 필요한 국민들이 낸 소중한 건강보험료가 제대로 관리되고 쓰여지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의원 나리들의 '국감 푸닥거리' 가운데 '국민'은 없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이 당내 유력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과도한 '충성경쟁'으로 해석했다. 마음은 이미 '뽕밭'에 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파행 국감이 계속되는 가운데 건강보험 재정적자가 너무 심각해서 정부가 내년 건강보험료를 크게 올리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생활고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어깨는 그만큼 무거워질 수 밖에 없다. 가을의 한 복판에서 절로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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