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 '어닝쇼크', 다시 신용경색?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10.24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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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서브프라임 부실로 적자, 매출 94% 급감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의 상각 규모가 월가의 예상을 크게 상회하면서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부실 파장이 지속될 전망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이후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월가 4대 투자은행 가운데 분기 손실을 기록한 곳은 메릴린치가 유일하다. 메릴린치는 6년만에 첫 분기손실을 발표했다. 메릴린치의 주가는 이미 부진을 거듭해 8월 저점보다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메릴린치는 24일(현지시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79억 달러를 3분기 실적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외신들의 추정 규모인 최대 75억달러를 넘어서는 것이다.

메릴린치는 이달초 신용경색이 심화되면서 모기지 관련 증권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채권 사업부 손실로 50억달러를 상각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WSJ은 추가 상각규모가 20억 달러에 달해 모두 7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을 이번 실적에 반영할 것이라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NYT)는 메릴린치가 25억달러를 더 상각해 전체 상각규모가 75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메릴린치의 실제 상각 규모가 79억 달러로 드러남에 따라 피해는 예상보다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릴린치의 상각액중 58억달러는 모기지 증권에 기초한 부채담보부증권(CDO) 가격 하락에 따른 것이다.

메릴린치는 이러한 상각비용을 반영해 3분기 22억4000만달러(주당 2.82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기록한 30억5000만달러(주당 3.17달러)의 순익에서 적자전환한 것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들이 손실 예상치인 주당 45센트를 크게 하회한다.


3분기 매출도 전년동기 98억3000만달러에서 94% 급감한 5억7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역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32억5000만달러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DBRS의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를 통해 "메릴린치의 상각 규모가 당초 예상은 물론 이미 실적을 발표한 경쟁 투자은행들보다 컸다"면서 "메릴린치가 CDO 부문에서 수위를 지켜온 만큼 증권 사업 부문의 위험 노출이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고경영자(CEO)인 스탠리 오닐 회장에 대한 불신도 한층 심화되고 있다. 특히 오닐이 투자은행의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회의마저 제기되는 분위기다.

오닐 회장은 2002년 12월 CEO를 맡은 후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동시에 위험도 높은 사업을 키워왔다. 금융시장이 평온할때 오닐의 전략은 고수익으로 나타났고, 메릴린치는 모기지를 비롯한 CD 증권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렸다. 그러다 올여름 터진 신용경색과 금융시장 혼란으로 대규모 손실을 입계됐다.

오닐 회장은 이날 실적발표후 컨퍼런스콜에서 "신용시장 위기의 어려움으로 CDO 보유분에 대해 보다 보수적인 가정을 통해 추가 상각을 결정했다"면서 "이에 따라 상각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나왔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메릴린치가 신용등급 하향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무디스와 피치는 이달초 50억달러 상각 계획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메릴린치의 장기 부채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당시 무디스는 손실반영 규모가 예상치인 40억달러를 훌쩍 넘는다며 메릴린치의 위험관리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메릴린치의 대규모 손실로 한고비 넘긴 듯 했던 신용경색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기술주의 실적 호전으로 안정감을 회복했던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다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분기 실적을 공개한 씨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와코비아, 베어스턴스, 모간스탠리, 리먼브러더스 등 대형 은행들의 3분기 순이익은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들 은행은 모기지 관련 채무불이행에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았으며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 혼란의 와중에도 골드만삭스와 JP모간체이스의 실적은 오히려 개선돼 주목을 받았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3분기 순이익이 무려 79%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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