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뇌물 6천만원 '진짜'일까?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07.10.2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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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곤 전 부산청장 "인사혜택 못받았는데" vs "전보도 혜택"

전군표 국세청장은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직후 "할 말이 없고 국민께 죄송하다"며 참담한 심정을 토로한 바 있다.

'따뜻한 세정'을 내세우며 '국민에 대한 신뢰'를 강조해온 전 청장은 정 전 청장의 구속사건을 무척 뼈아퍼했다.



그랬던 전 청장이 "뇌물로 받은 1억원중 6000만원을 상납했다"는 정 전 청장의 진술이 나오면서 부산발 뇌물수수 사건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전 청장은 즉각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국세청의 분위기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 관련 보도가 흘러나온 23일 전반적으로 침울한 가운데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믿을 수 없다"는 게 대부분의 반응이었지만, "혹시나 사실로 밝혀지면 어쩌나"하는 우려도 감지됐다. 전 청장의 행방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하루가 지나면서 국세청도 차분해진 모습이다. 전 청장은 24일 정상적으로 출근한 뒤 집무실에서 업무를 수행했다. 국세청의 한 간부는 "얼굴 표정이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 청장 거취의 열쇠를 쥐고 있는 청와대도 "전 청장 본인이 부인하고 있고, 정 전 청장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국세청 내부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현직 국세청장에 검찰 소환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데다, 정 전 부산청장의 진술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국세청은 물론 참여정부의 도덕성에도 치명적인 타격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6000만원' 인사청탁 대가(?) = 정상곤 전 청장이 전군표 청장에게 6000만원을 건넨 것은 인사청탁 명목이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 전 청장이 전 청장에게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4~5회에 걸쳐 현금 6000만원을 전달했으며, 인사청탁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는 것.

이를 두고 국세청 내부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정 전 청장은 지난 6월 국세청 감사관에서 부산국세청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그해 12월 국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으로 전보됐다.



이 과정에서 정 전 청장은 서울국세청장이나 중부국세청장 등 1급 승진을 강력하게 희망했지만 결국 본청 국장(부동산납세관리국장)으로 복귀했다. 수평 이동이기 때문에 사실상 인사상의 혜택을 봤다고는 보기 어렵다. 실제로 정 전 청장도 인사와 관련해 종종 낙담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특히 국세청 1급의 경우 청장이 임명권을 갖지만 청와대 등과의 교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사청탁설'의 가능성은 낮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당시 용퇴설이 나돌던 정 전 청장이 본청으로 복귀했다는 것 자체가 혜택이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 부산청장으로 더 머물기 위해 인사청탁을 했다는 시각도 있다.

전 청장은 이에 대해 "오랜 구속수사로 궁박한 처지에 있는 정 전 청장이 어떤 이유에서 어떤 진술을 했는지 모르지만, 인사상 아무런 혜택을 받은 사실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을 이유도 없다"고 해명했다.



◆ 全국세청장 향후 거취는 = 현 시점에서 최대 관심은 전 청장의 거취 문제.

이와 관련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 청장이) 현직에 있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확인해 봤는데 본인은 (뇌물 수수)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를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에서 수사 중이므로 청와대가 별도로 조사하거나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사의표명'이란 말까지 흘러나왔던 전날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세청도 냉정을 되찾았다. 전 청장은 "사실과 다른 보도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라"며 상납설에 대해 강경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기 때문에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전 청장의 결백'이 검찰쪽에 전달됐다는 얘기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전 청장의 상납문제와 관련해 물증이 없기 때문에 국세청장이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한 검찰 소환도 당장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검찰이 정 전 청장이 받은 1억원의 사용처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전 청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분석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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