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에는 15년간 거래하던 70대 고객이 주식투자하겠다며 예금을 모두 빼더라고요. 본점에서도 비상이 걸린 모양입니다."(저축은행 지점장 B씨)
◇"예금확충 비상"=예금이탈은 올들어 수신금융기관의 최대 고민거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은 지난 7월과 8월 각각 2조1000억원과 2조2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펀드 등 수익증권은 8월 5조4000억 늘면서 전달 7조9000억 원에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신 금융기관들은 예금금리를 올리고 경품을 내건 특판행사를 벌이며 고객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다.
은행들은 자금조달의 비상구를 채권발행에서 찾고 있다. 국민은행의 채권잔액은 9월말 현재 30조1890억원으로, 3개월 전에 비해 2조원 이상 늘었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도 비슷한 추세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비슷한 상황인데, 체감온도는 더 떨어진다. 채권발행이 은행만큼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6.5%지만 일부 기관이 연 7%대 상품까지 내놓고 있어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예금은 신경쓰지 않고 대출에만 주력했는데, 이제 상황이 반전됐다"며 "금리인상을 비롯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좀처럼 예금을 모으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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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상승으로 불똥"='예금 잡기' 경쟁은 중소기업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예금금리 상향 조정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지난해 9월말 평균 4.5%선이었으나 올 6월 5.0%에서 9월에는 5.31%까지 높아졌다.
은행채 발행도 금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기예금 금리와 비슷한 은행채들이 쏟아지자 일반기업들의 회사채 금리까지 상승압박을 받고 있다. 김형권 현대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은행들의 자금조달 채널이 예금에서 채권발행으로 바뀌고 있다"며 "특히 올해 금융채 발행이 크게 늘며 기업들의 회사채 금리도 크게 올랐고 이 추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은행채 금리(1년 AAA기준)는 지난해 9월말 4.68%에서 올 9월 5.65%로 높아졌다. 회사채의 경우 'AA-'급(3년만기무보증)이 지난해 9월말 4.89%에서 올 9월 5.97%로, 'BBB-'(3년만기 무보증)은 7.67%에서 8.63%로 각각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