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시장예측은 역효과 "길게 보세요"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홍정표 기자 2007.10.3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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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홍&황의 투자카페

주가가 오를 때나 떨어질 때나 가장 바쁜 이들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다. 새롭게 등장하는 경제적 변수 뿐 아니라 각종 경기 지표를 분석해 개별종목의 주가와 시장 방향을 전망해야 하기 때문.

심지어 시장 애널리스트는 주가 움직임이 완만할 때도 한가할 수 없다. 시장은 쉬어도 시장을 바라보는 남다른 관점을 쉴 새 없이 끄집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직·간접 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의 분석에 의존한다. 특정 종목이나 업종, 대표 지수의 향방을 예측하는 데 자신만의 분석 툴을 가지기보다 그들의 전망에 귀를 기울인다.

그렇다면 이들의 전망이 투자의 안전판이 될 수 있을까.



굳이 '족집게'로 통하던 K 부사장의 전망을 믿었다가 낭패를 봤다는 '개미'들의 성토를 되새기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예측에 전적으로 의지해 투자 승률을 높일 수 있으리라는 자세는 불성실해 보인다.

기관투자가들이 내리는 결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투자는 소신껏해야 하는 외로운 싸움이라는 것.

섣부른 시장예측은 역효과 "길게 보세요"


20년 전 블랙먼데이를 떠올리게 했던 최근 글로벌 증시 급락 때에도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의 분석과 전망이 시장에 쏟아졌다. 단기적인 시각에 차이는 있었지만 대체로 '장기적인 대세 상승 추세에 흔들림이 없으며, 비중 축소보다 매수 기회를 엿볼 때'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투자가들의 컨센서스가 우울하지 않다는 점에 일단 안심이 되지만 누구도 시장 향방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에 나온 애널리스트 분석 가운데 귀가 솔깃하는 멘트가 있었다. 지난 19일 미국 증시의 급락과 이어 나타난 22일 한국 및 아시아 증시의 동반 하락이 추세의 꺾임이 아니라는 주장과 함께 덧붙인 한 애널리스트의 말인 즉, 9.11 테러 때의 급락도 길게 볼 때 매수 기회였다는 것.



맞는 말이다. 추가 테러에 대한 공포와 미국의 항공 및 여행산업에서 불붙은 경기 부진이 글로벌 경제를 냉각시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모두 털어낸 현 시점에서 보면 그 때가 분명 진입 기회였다.

과연 6년 전, 테러의 충격이 세계 증시를 뒤덮고 있던 당시에는 투자가들이 어떤 말을 남겼을까.

9.11 테러 직후의 시장 전망 기사들을 찾아 전문가들의 '어록'을 들춰봤다.



테러 직후 코스피지수가 463.54까지 하락, 500 아래로 내리꽂혔을 때의 암울했던 분위기는 두말 할 나위도 없다. 테러 발생 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10월 초순, 지수가 강한 저항선이라고 여겨졌던 500을 돌파했을 때도 투자가들의 멘트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최근 반등은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인 측면과 심리적인 성격이 강하다. 추세적인 상승은 힘들 것으로 보이며, 지수가 500을 넘어선 만큼 낙폭과대에 따른 저가 메리트 역시 줄어들었다. 조정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S투신운용 K 매니저)

'최근의 상승은 기술적인 갭 매우기의 마무리 국면으로 봐야 한다.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다.'(D투신운용 K 매니저)



'단기 급등세를 마무리하는 조정이 예상되며, 투자심리도 다시 위축될 전망이다. 적극적인 대응보다 배당주 등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종목 장세에 대비해야 한다.'(H투신운용 L 매니저)

테러 발발 후 오래지 않아 500을 회복한 코스피지수는 7개월 가량 상승세를 탔고, 다음해 4월 장중 기준 934.54로 고점을 찍었다. 9.11 테러가 만든 저점에서 두 배 이상 오른 셈.

"애널리스트의 투자의견이 없거나 2개 이하인 종목에 주로 투자합니다. 널리 알려진 종목으로는 가치투자가 힘드니까요. 기술적 투자자라면 다른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엿본다는 의미에서 시장 전망을 챙겨볼 수도 있겠군요." 연세대 투자동아리 YIG의 우봉래 회장의 얘기다.



여의도에서 '셀(Sell, 매도)' 리포트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나 주가 전망을 개인 투자자를 모으기 위한 호객행위 쯤으로 깎아내리는 '개미'의 까칠한 비판이 공감을 얻기도 한다.

기관투자가들 사이에도 전망이 주가 움직임에 후행한다는 지적과 함께 '시세추종자'에 가깝다는 자평이 나왔다. 일부에서는 특히 고객사 및 바이사이드와의 관계를 생각해야 하는 종목 애널리스트의 경우 소신있는 의견을 제시하는 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시세를 추종한다고 해서 비판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라고도 했다.

투자가들의 전망을 놓고 적중률이나 신뢰 여부를 따지자는 뜻이 아니다. 정확성을 떠나 투자가들의 분석과 전망은 주식시장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결국 주가는 수많은 투자가들의 치열한 두뇌싸움 끝에 도출된 결과물이고, 주가가 모여 지수를 이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자산관리 전문가들의 조언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섣불리 시장을 예측해서 대응하는 전략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뿐, 정작 중요한 것은 시장에 머무는 시간을 길게 하는 데 있다는 것. 궁극적인 투자의 안전판은 시장 전망이 아니라 재무설계와 장기투자에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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