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수술의 길잡이 '관절내시경'

한창환 시너지병원 관절센터 원장 2007.10.2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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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이 쓰는 건강리포트

직장인들은 대개 1~2년마다 한 번씩 검진 목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고통으로 따진다면 흰 물약을 마시고 X레이를 찍는 위장조영촬영이 편하다. 그렇지만 그림자를 보는 조영촬영보다는 내시경은 '확실히 들여다 본다'는 점이 어필했는지 요즘 직장인 상당수는 내시경 검사를 택한다.

내과에서 시작된 내시경 기술이 다른 과로 전염된 지 오래됐다. 흉강경 복강경 자궁경 코내시경 관절내시경 등. 초기 내시경은 진단이 주목적이었으나 지금은 치료도 함께 한다. 휴대폰이 그랬던 것처럼 내시경 굵기도 점점 작아지는 추세다.
 
관절 내시경(또는 관절경)의 굵기는 4mm정도. '몰카'수준이다. 그 속에 초소형 비디오 카메라를 장치한 내시경과 함께 초소형 레이저 수술기구 등을 넣고 수술한다. 어깨, 무릎, 발목 관절의 내부로 삽입하여 문제점을 진단하고 치료한다. 관절내시경의 최대의 장점은 상처를 크게 내지 않고 문제 부위만 '조용히 처리'한다는 것. 현대전의 정밀유도무기인 토마호크미사일처럼 민간인(정상조직) 피해 없이 적의 지휘부(병변)만 폭격하는 것이다.
 
내시경의 굵기는 가늘어도 할 수 있는 일은 다한다. 요즘은 스포츠 레저 활동이 늘어났다. 박지성, 이동국과 같은 선수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병원에 많이 온다. 최근에 축구하다 아주 복잡하게 다친 환자가 있었다. 서너 개의 진단명이 붙여지는 복합손상이었지만 첨단공학의 작품인 관절내시경 덕을 톡톡히 보았다.
 
25세 남자. 넉 달 전쯤 드리볼하며 달리는데 친구가 오른쪽 다리에 태클을 걸었다. 뒤에서 가격한 거나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날 걷지도 못해 그 친구한테 업히다시피 해 집에 갔다.
 
"그날은 장난 아니게 아팠어요. 다음날 부어 있어 얼음 찜질을 하고 며칠간 괜찮더라구요. 축구공을 다시 찼는데 땅에 디딘 오른발은 중심을 못 잡는 것 같았습니다. 다시 무릎이 붓고 아픈 게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덜렁 빠지는 것 같고, 다리를 구부렸다 펼 때 '딱'하고 걸리는 느낌도 드는 등 동네 병원서 일주일간 물리치료 받았는데 안 나아요."



진찰을 해보니 무릎관절의 내부에 손상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X레이 사진으로는 괜찮았는데 관절내시경과 MRI(자기공명영상촬영)에서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다. 손상은 크게 세 가지.
 
첫째, 종아리가 앞으로 빠져 나오지 않게 붙잡아주는 전방 십자인대의 파열.
 
둘째, 오른쪽 무릎의 반월상 연골의 파열. 반월상 연골은 옛날 아낙네들이 물동이를 머리에 얹고 갈 때 쓰던 똬리처럼 생겼다. 쿠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무릎 한 쪽당 두 개가 있는데 둘 다 손상됐다.
 
셋째, 관절 내부의 허벅지 뼈도 일부 손상. 말단 돌기의 안쪽(대퇴골 내과)의 연골부위가 찌부러진 것이다.

증세가 복잡했던 만큼 수술 역시 복잡했다.
 
우선 찢어진 인대는 다리 근육 중 잘 안 쓰는 것(슬괵건, 허벅지 뒷부분 근육)를 떼서 재건했다. 반월상 연골 중 안쪽 것은 찢어진 부위를 봉합했고, 바깥쪽은 너무 많이 손상돼 아예 일부를 깨끗이 잘라냈다.
 
대퇴골 내과 부위의 손상도 크고 작은 여러 곳이 있었다. 큰 부위는 얕게 구멍을 뚫는 시술을 했다. 미세천공술이라 부르는 수술은 일부러 환자 조직에 상처를 주어 자신의 줄기세포를 모이게 하는 수술이다. 이 줄기세포가 연골세포로 자라나게 자극해주는 수술이다. 요즘엔 여기에 신생아 태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함께 넣어 치료 효과를 월등히 높이기도 한다. 작은 손상 부위는 관절 내 다른 곳의 연골을 떼내 심었다. 물론 이 모든 수술은 첨단 관절내시경을 통해서 가능했다.
 
1년이 지난 현재 환자는 심한 운동은 할 수 없으나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및 가벼운 조깅은 할 수 있게 됐다. "축구 못하는 건 아쉽지만 장가드는 데 지장 없어 다행이다"는 게 환자의 소감이었다.
 
관절내시경은 무릎뿐 아니라 다른 부위의 시술에도 쓰인다. 어깨관절에 있어서는 어깨를 90도 이상 들어올릴 경우 통증이 심해지는 회전근개파열, 어깨근육 중 일부가 운동 중 어깨뼈 사이에 끼면서 발생하는 충돌증후군, 오십 견 및 굳은 어깨관절, 습관성 탈골 등. 이밖에도 어깨 관절 내의 연골이나 물렁뼈 손상 시뿐 아니라 관절 내 뼈 조각 연골조각의 제거, 퇴행성 변화에 의한 인대의 석회화 침착제거 등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팔꿈치 관절, 손목 관절, 고관절, 발목 관절 등은 관절 내 여유공간이 적은 데에도 쓰이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모든 정형외과 수술의 1/3, 무릎관절 수술의 95%를 관절경으로 수술한다고 한다. 확실한 통계가 없어 그렇지 우리나라도 거의 그 수준까지 왔을 것이다. 더구나 손재주 좋기로는 우리나라 의사들이 최고여서 결과는 분명 더 좋을 것이다.



◆ 한창환 시너지병원 관절센터 원장
- 가톨릭의대 교수
- 미국 피츠버그의대 교환교수
- 마르퀴즈 후즈후 세계인명사전 등재
- 세계의사연수기관 써지텍 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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