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후보가 처한 상황과 여건이 그만큼 다른 탓이다. 이 후보는 1년 넘게 '독주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대세론' 앞에 '흔들리지 않는'이란 수식어가 붙을 정도다.
정치권 한 인사는 "후반전이 시작된 시점인데 5대 2의 상황"이라며 "이기는 쪽에서는 방어를, 쫓는 입장에서는 공격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대립 구도를 '鄭 vs 李'의 구도로 만들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다. 아직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한 범여권 대표선수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
아울러 멀찌감치 앞서 있는 이 후보를 붙잡겠다는 의지 표현이기도 하다. '끝장 밤샘 토론' '국감 동반 출석' 등 제안이 계속되는 이유다. '정글자본주의' 등 이 후보를 지칭한 비판 수위도 매우 높다. "전통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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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후보측 인사는 "명확히 전선을 만들고 대립각을 세우면 추격과 역전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자신했다. 정 후보가 내놓은 '가치 논쟁'도 같은 맥락이다. 과거 이미지가 강한 '이념 대결' 대신 '가치 대결'로 대선판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전략인 셈이다.
◇李, 수비 전략은 '무시' = 이 후보는 다르다. 철저히 '수비 전략'이다. 우선 범여권이 아직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현실이 가장 큰 이유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정 후보의 비판에 맞대응할 경우 범여권 후보중 한명에 불과한 정 후보를 유력 상대로 인정해주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나경원 대변인도 "체급이 다르다"고 했다. 범여권 후보가 최종 결정될 때까지 철저히 '무시' 전략을 하겠다는 얘기다.
섣부른 대응으로 이슈 논쟁 등에서 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한몫했다. 정 후보의 끝장 토론 제안 등 계속된 요구에 일절 응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다.
무리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앞서고 있는 여유가 묻어난다. 한나라당 소속 한 중진 의원은 "현재 크게 앞서고 있는데 공격을 취할 이유는 없다"면서 "다만 선거 막판 격차가 좁혀지거나 위협을 받으면 막판 카드로 쐐기를 박으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