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풍향계]제3의 신용평가사 '명동'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7.10.21 17:04
글자크기
"선화공주님은 남 그스지 어러두고 맛둥방을 밤에 몰안고 가다(선화공주는 남 몰래 정을 통한 서동 도련님을 밤에 만나러 간다네)"

서동요의 한토막이다. 백제 무왕이 신라 선화공주를 얻기 위해 퍼뜨렸다는 서동요는 사람들의 상상력이 루머와 결합할 때 얼마나 무서운 힘을 갖는 지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정보가 몰리는 곳에는 항상 갖가지 루머가 돌기 마련인데, 대부분 돈과 직결되는 것이라 신용평가사처럼 정보수집과 그 결과를 내놓는 곳들은 신뢰도가 검증되지 않으면 업무를 진행하지 않는다.

◇신용평가 시장 어떻게 구성되나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업종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우선 대기업들이 회사채나 기업어음을 발행할 때 신용도를 평가하는 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정보, 한국기업평가 등 메이저 3사가 있다.

다음으로 중소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기업신용정보조사' 업체들이 있다. 한국기업데이터와 디앤비코리아 등이 대표업체다. 중소기업들은 이들에게 신용 평가서를 받아 공공부문 입찰 및 대출, 거래에 활용한다.


마지막으로 명동시장에서 거래되거나 평가된 어음을 조사하는 업체가 있다. '중앙인터빌' 등이 꼽히는데, 대기업에서 중소업체까지 광범위한 정보가 있어 제도권에서도 많이 참고한다. 이들이 발표하는 할인율은 어음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제3의 신용평가사 "명동"



신평사들의 평가결과는 기업의 자금조달비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한다.

명동의 경우 콜금리 수준, 개별기업들의 단기 신용평가, 업황, 각종 루머, 자금결제 및 임금체불 여부, 채무 상환일정 등을 검토한다. 재무자료는 기본으로 월별 경영현황과 수익대비 자금조달비용은 물론 내부정보도 검토대상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명동에서 거래된 어음의 할인율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불리한 결과가 나올때는 해당업체에서 항의가 오곤 하는데, 대부분 숨겨진 문제가 있는 곳에 이런 경향이 심하다. 반대로 회사가 견실하면 어음할인율이 올라가도 별 반응이 없다는 것.



명동시장 관계자는 "불리한 결과에 강하게 반발할수록 문제가 있는 업체가 많다"며 "과거 법정대응까지 운운하던 A·B·C사는 결국 얼마 후 최종 부도가 났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업황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견건설사들에 이런 모습이 관찰되고 있는데, 그만큼 경영이 어렵다는 방증이라는 후문이다. 특히 일부는 실제 거래된 어음가격까지 공개하지 말라는 요구를 하는데, 이는 부메랑 효과로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는 개인금융고객의 신용성적을 평가하는 크레딧뷰로와 금융사들의 모습을 보면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간간이 성적이 낮은 고객들이 성적을 초기화해달라고 요구하면 이를 삭제해준다. 하지만 크레딧뷰로의 자료를 받는 금융사들은 신용성적표가 없는 고객을 '신용불량자'로 분류하고 각종 대출을 막아버린다. 우량고객이라면 성적을 없애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명동풍향계]제3의 신용평가사 '명동'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