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야기] 인해전술에 출구가 없다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7.10.2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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强주가·弱달러의 한계는 어디일까 <중>

예전 미국 주가가 전세계 증시의 척도였을 때는 강달러가 미국의 정책이었다. 국제자본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면서 주가를 부양하고 미증시가 전세계 증시 상승을 유도하는 패턴이었다.
루빈 전 재무장관은 '강달러 정책이 미국의 일관된 입장'이라는 발언을 수시로 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다르다. 해외증시, 그중에서도 중국 인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증시가 세계를 지배하는 축이 됐다.
이젠 미증시가 빠져도 친디아 증시가 오르면 안도의 숨을 쉬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 성장의 축이 친디아로 옮겨왔다고 확신하면서 아시아의 영광을 꿈꾸고 있다.



오늘날 미달러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 통화가 됐다. 미달러는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약세로 치달을 것이라는 전망에 이견을 다는 사람이 적어지고 있다.
중국에서도, 태국에서도, 한국에서도 같은 가치의 달러와 위안, 달러와 바트, 달러와 원화를 제시하면 달러를 받겠다는 사람이 없다.

유로화 사상최고치, 달러인덱스 사상최저치라는 전대미문의 약달러 환경이 반전될 가능성을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달러가치가 추락하고 있어도 약달러에 제동을 거는 미국의 발언을 찾아볼 수 없다.
과연 달러약세가 얼마나 더 진행될 것으로 보고 이러는 걸까.



달러약세에 대한 신념은 곧 주가 강세에 대한 믿음이 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충격까지 가뿐하게 이겨냈기 때문에 더 이상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전사로 거듭났다. 중국 A증시가 과도하게 높은 것이 아니라 홍콩 H지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게 작금의 척도다.

최소한 내년 베이징 올림픽, 좀 더 길게는 2010년 상해 박람회까지 A증시가 계속 오를 것이고 H지수가 결국 A증시와 균형을 맞출 것이기 때문에 현재 폭등을 거듭하고 있는 H증시를 추격 매수하는 것이 아비트러지(무위험 차익거래)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기회를 놓칠세라 한국에서도 수조원의 돈이 H증시로 몰려갔다.

상해증시의 주가순익비율(PER) 60배조차도 닷컴버블 등 역사적 기준의 버블 붕괴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주장이 늘어나고 있다.
공상은행의 시가총액이 씨티은행을 능가하고 차이나모바일의 가입자수가 전세계 최다이며 중국생명이 전세계 최대 보험사로 부상했다. 페트로차이나 시가총액이 제너럴일렉트릭(GE)을 제치고 전세계 1위인 엑스모빌의 자리까지 곧 빼앗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구가 많으니 핸드폰이나 보험 가입자가 많을 수밖에 없고 그 많은 인구가 주식투기 열풍에 빠져 있으니 시가총액이 무한대로 커지지 않을 수 없다. 버블도 시세라면 추종하는 것이 올바른 주식투자의 도리라는 얘기가 애널리스트 입에서 나오고 있다.
페트로차이나와 엑슨모빌 둘 중에 어느 주식을 사겠냐고 하자 모두 다 페트로차이나를 선택했다. 펀더멘털이나 PER는 따지지 않고 향후 주가 상승 여력만을 보고 있다.

좀 더 있으면 친디아 증시를 팔면 미국 증시와 바꿀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다. 근데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가. 섬나라 일부만 팔아도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다고 떵떵거리던 일본 말이다.
유명한 빌딩, 영화사 등을 매집하면서 진주만에서 못다한 본토 침공의 한을 푼다고 우쭐대던 일본의 현실이 지금 어떠한가. 개혁을 외치던 고이즈미의 후계자는 쫓겨났고 주가는 아시아에서 최악이다.

한번 흡연을 하면 금연이 어렵고 마약에 빠지면 더더욱 헤어나기 어렵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돈맛을 보면 패가망신하기 전에는 계속 투전판을 기웃거리게 마련이다.
아직 1인당 GDP 5천달러도 안 되는 친디아가 감당 못할 주가 폭등을 맞고 있다. 주식에 대한 시각이 위험을 보전하는 기대치에서 수익성으로 변신하고 고수익 안전자산으로 탈바꿈했다.

달러약세와 주가상승의 20년 대세가 이제 맹신이 되면서 눈이 멀었다. 여전히 무한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삼아 인해전술을 쓰면 될 것으로 보겠지만 출구가 없다는 점은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 전세계는 너무나 많은 돈을 주가상승과 달러약세에 쏟아 부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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