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불안정이 빈곤 탈출의 벽

네팔=희망대장정,서울=이경숙 기자 2007.10.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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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아시아, 빈곤을 넘어]<3-2>공화국파 대 왕정파 대립 중인 네팔 정세

편집자주 2달러, 우리돈으로 약 1800원. 이 돈으로 아시아 인구 중 9억명이 하루를 삽니다. 21세기 이후 아시아 경제성장률은 연 평균6.3%로 다른 지역의 2배에 가깝습니다. 아시아는 과연 빈곤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그 답을 찾아 김이경, 윤여정, 주세운 등 세 젊은이로 구성된 '희망대장정'팀이 지난 9월, 아시아 최빈국의 빈곤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80일 동안 이어질 이들의 희망대장정을 머니투데이가 전해드립니다.

↑청년이 주도하는 마오이스트 집회. <br>
카트만두에서 이들의 집회는 매일 개최된다.↑청년이 주도하는 마오이스트 집회.
카트만두에서 이들의 집회는 매일 개최된다.


우리는 방글라데시에서 10월 1일 네팔 카투만두로 이동했다. 네팔 신고식은 호되었다.

우리 일행 중 주세운(22)군의 몸이 불덩이 같이 달아올랐다. 방글라데시에서 NGO포럼을 따라 식수 문제를 조사하고 온 다음날이었다.

다들 처음엔 단순한 몸살이려니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세운군의 몸은 며칠을 쉬어도 좋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그는 계속되는 고열과 설사, 모든 음식에 메스꺼움을 느끼는 식욕부진의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우리는 네팔로 넘어오자 마자 현지인 병원에, 한국인 의사까지 수소문해 찾아갔다. 그래서 알게 된 병명은 '아메바 이질'. 보통 깨끗하지 못한 물과 음식을 섭취했을 때 생기는 병이란다. 식수 문제를 탐방하면서 공교롭게 이러한 병에 걸린 것은 또 무슨 조화일까.

우리가 본 네팔은 '정치적 불안정'이라는 열병을 앓고 있었다. 1951년 외부 문물에 닫혀 있던 문을 열고 서구 문명을 받아들인 네팔에선 왕이 복귀해 왕정을 시작했다. 1972년 부왕 마헨드라 왕 사망 후 왕위에 오른 비렌드라 왕은 1990년 18년간의 절대 왕정을 입헌군주국으로 전환해 국민의 높은 신망을 얻었다.



하지만 2001년, 왕궁에서 비극적 사건이 벌어졌다. 디펜드라 왕세자가 아버지 비렌드라 왕과 그의 전 가족을 사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상대와 결혼을 아버지가 반대했다는 이유였다.

호텔사업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하던 마헨드라 왕의 동생, 갸넨드라가 왕위에 올랐다. 그는 민심을 얻지 못했다. 2005년 마오이스트(마오쩌둥주의자)의 저항이 거세지자 2월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결국 그는 지난해 4월 야당과 마오이스트의 연합전선에 무릎을 꿇었다.

나라이름이 '네팔 왕국(kingdom of Nepal)'에서 '네팔'로 바뀐 후 네팔에선 아직도 '민주국가'가 될지 '공화국'이 될 지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개헌국회 구성을 위한 총선조차 무기한 연기된 지경이다.


지난 3월 연립 과도정부에 참여했던 마오이스트 공산반군은 지난 9월 연정 탈퇴를 선언했다. “기리자 프라사드 코이랄라 총리가 왕정 폐지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왕정 폐지와 공화국 선포를 요구하고 있다.

왕정 지지세력 역시 선거 거부를 촉구하고 있다. 갸넨드라 전 국왕은 지금도 군대의 주도권와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있다. 네팔 국회는 왕 존립을 옹호하는 세력과 왕정 철폐를 요구하는 세력으로 나누어져 의견의 불일치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인 불안정은 네팔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해 주었다. 불안정한 상황에 투자는 점점 줄어들었고 생필품조차 인도, 중국에서 수입해오면서 네팔 경제성장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현재 네팔경제는 이주노동자들이 해외에서 보내주는 송금(33%), 원조(20%), 카펫과 약초 등 수출, 세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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