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 5일 연속 하락, 조정장 신호인가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10.2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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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강세장 원동력 기업 실적 이젠 증시 하락 주도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심상치 않다. 유가가 사상처음 배럴당 90달러를 넘었다. 은행주 실적 부진이 동반되며 신용경색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다우지수가 5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조정을 받았다'

최근 장세의 미묘한 변화를 알리는 신호들이 포착되고 있다. 5년간 이어진 강세장을 끝내고 본격적인 조정장에 돌입했다는 신호탄일까.



'블랙먼데이' 20주년을 맞은 2007년 10월 19일. 다우지수는 기업 실적에 대한 실망감으로 366.94포인트(2.64%)나 빠졌다.

물론 이날 낙폭은 '블랙먼데이'에 비해 '새발의 피' 수준이다. 20년전 블랙먼데이는 단 하루동안 지수가 22.6% 급락하는 무서운 하락세를 보였다.



◇ 다우지수 5일 연속 하락, 조정장 신호?

그러나 투자자들이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다우지수가 지난 9일 1만4164.53으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한후 갑자기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다우지수는 지난 12일 1만4093.08을 기록한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주가 부진에는 고유가, 신용경색 등 다양한 원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최근 5년간 증시를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던 기업 실적이 이제 증시 하락의 원인으로 돌변했다는 사실이다.

2000년 초반 닷컴 거품 붕괴 이후 고전하던 뉴욕증시는 2002년 10월 이후 기업실적 호조로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며 5년에 걸친 강세장 흐름을 이어올 수 있었다. 지난 5년간 S&P500 종목들의 실적이 배 이상 증가한 점도 이를 잘 뒷받침한다.



하지만 3분기 이후 기업들의 실적이 잇달아 월가 전문가들의 기대에 빗나가면서, 실적 장세가 정점을 지났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대세 하락 가능성 마저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데이빗 솔린 포린 익스체인지 애널리틱스 투자전략가는 "최근까지 5년간 이어진 다우지수 랠리의 종료가 거의 임박했다"면서 "최소한 1~2년간 조정장을 거치며 2500포인트 정도 하락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미디어들이 블랙먼데이 20주년을 너무 부각시킴에 따라 극단적인 비관론들이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증시 하락 배경엔 기업 실적 부진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애널리스트인 하워드 실버브랫은 "3분기 S&P500지수 소속 종목들의 순익은 2.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S&P500 종목들의 순익 감소는 2002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더욱이 고유가와 신용경색으로 경제 기류에 잔뜩 불확실성이 껴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업 활동도 그 어느때보다 까다롭다.



기업 실적 부진의 선봉에 선 것은 금융주들이다. 금융주들의 실적은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후폭풍으로 월가 기대치에 크게 못미치며 최악의 부진으로 치닫고 있다.

씨티그룹의 3분기 순익은 57% 급감했으며,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3분기 순익 역시 32% 감소했다. 와코비아은행의 3분기 실적 역시 10% 감소했다.

금융주들의 실적 부진은 '최악은 지났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용경색 망령을 다시 끄집어 내는 악역을 자처하고 있다.



은행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는 IBM도 은행들의 실적 부진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은행 대상 컨설팅 수주가 실적 부진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비앙코 리서치의 투자전략가인 하워드 시몬스는 "금융주들의 실적 부진은 7~8월에 이어 증시 충격 제2탄"이라고 지적했다.

◇ 3분기 실적 부진 이미 예견됐다



전통적인 굴뚝주 및 기술주들의 실적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에는 캐터필러, 하니웰, 3M 등 대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투자 심리 악화에 일조했다.

트루스코 자산운용의 투자전략가 앨런 게일은 "기업들의 실적이 이미 기대에 못미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고, 이에 따른 주가 조정도 미리 예견된 것"이라고 밝혔다.

셰퍼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기술적 분석가 라이언 디트릭은 "금융 및 신용경색, 기업실적 등에 대한 우려가 시장을 점령, 투자자들이 주식 보유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미치는 것을 확실히 느끼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비관은 금물' 4Q 실적 다시 호전될 것

그러나 아직 비관하기엔 이르다는 목소리도 크다. 약달러로 인해 미국 기업들의 해외 매출이 늘어나고 있고, 중국 인도 러시아를 비롯한 이머징 국가들의 폭발적인 성장세도 미국 기업들의 해외 매출 성장에 일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4분기 실적이 호전될 것이란 희망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S&P500종목들의 순익이 4분기에는 10.4% 늘어날 것이며, 내년에는 12.9%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로이터에 따르면 4분기 매출은 6.2% 늘어나고, 내년에는 5.9%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신용경색 사태가 내년에는 완화되면서 소매, 주택건설, 레스토랑 등의 소비재 분야 기업들의 순익이 올해보다 2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금리 인하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을 막아 기업들의 실적 호전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배럴당 100달러 인상의 고유가가 상황이 발생하거나 신용경색 여파가 길어져 자칫 미국 경제성장을 둔화시킨다면 기대한 순익 성장세는 달성하기 힘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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