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블랙 프라이데이" 다우 366P↓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7.10.20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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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먼데이 20주년을 맞은 19일, 뉴욕증시가 폭락세로 마감했다.

기업들의 실적악화 누적, 사상 최고가에 오른 유가, 경기침체 우려 등 누적된 악재들이 한꺼번에 부각되면서 '매도'공세가 집중됐다.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366.94포인트(2.64%) 떨어진 1만3522.02를 기록했다. S&P500지수는 전날에 비해 39.45포인트(2.56%) 하락한 1500.63으로 마감, 1500선 붕괴를 눈앞에 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역시 74.15포인트(2.65%) 급락한 2725.16으로 장을 마쳤다.

약세로 시작한 이날 뉴욕증시는 구글 등 일부 기술주의 선전으로 낙폭이 축소되는 듯 했으나 오후들어 S&P가 모기지 증권 투자등급을 추가로 하향하면서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가 급격히 증가, 급락세로 방향을 잡았다.



캐터필러 하니웰 3M 등 주요 다우지수들의 실적발표도 투자심리 악화에 일조했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심리적 지지선이던 90달러를 장중 돌파하면서 투자자들이 일제히 '팔자'대열에 동참했다.

트루스코 자산운용의 투자전략가 앨런 게일은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에 못미칠 것이라는 점에 비춰볼때 주가조정은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섀퍼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기술적 분석가 라이언 디트릭은 "금융 및 신용경색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가 시장을 점령, 아무도 주식을 보유하고 주말을 맞으려 하지 않았다"고 상황을 묘사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기대와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됐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블랙먼데이'였던 1987년 10월19일, 뉴욕증시는 하룻동안 23% 폭락했다. 현재 지수로는 3000포인트에 해당한다.


◇ 금융주, 하락 선두에

금융관련주들의 실적과 주가가 특히 시장을 압박했다.
와코비아 은행은 3분기 순익이 전년동기대비 10% 감소한 16억9000만달러, 주당 89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1.04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익은 18억8000만달러, 주당 1.17달러였다. 같은 기간 매출은 4.3% 감소한 73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서브프라임 부실에 따른 모기지 손실액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금융주 전반은 물론,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확산됐다.

올 들어 15% 하락한 와코비아 주가는 이날도 3.6% 하락한채 마감했다. 이번주 들어 실적을 발표한 뱅크오브 아메리카, 씨티그룹, 워싱턴 뮤추얼 등 주요 금융회사들은 월가의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을 발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충격이 예상보다 심각할 것이라는 우려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날 뱅크 오브 아메리카 주가는 2.62% 하락했다. 씨티그룹은 3.35%, 워싱턴 뮤추얼도 4.69% 급락하는 등 금융관련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아멕스 브로커/딜러 인덱스는 3.7% 하락했다.

◇ 제조업 기술주 실적 호전 소식도 힘못써

전통 제조업의 블루칩들도 못지 않았다.
세계 최대 중장비 업체인 캐터필라의 3분기 순익이 크게 증가했으나 전문가 예상에는 못 미쳤다. 캐터필라는 3분기 순익이 전년동기대비 21% 증가한 9억2700만달러, 주당 1.40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예상치는 주당 1.42달러였다.
캐터필라 주가는 5.27% 급락했다.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도 맥을 못췄다.
이미 실적호전이 예상됐던 기업들의 경우 그동안 주가가 급상승했기 때문에 시장조정을 틈타 차익을 실현하려는 욕구가 증대했기 때문이다.

3M은 3분기 순익이 전년동기대비 7.4% 증가한 9억6000만달러, 주당 1.32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예상치 1.29달러를 웃도는 결과다. 3M은 미국을 제외한 해외에서의 매출이 늘어난 가운데 달러 가치가 하락해 순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M 주가는 이날 8.56% 급락했다. 3M은 올들어 22% 올랐다.

세계 최대 항공우주산업장비 제조업체인 미국의 허니웰 인터내셔널은 3분기 순익이 전년동기대비 14% 증가한 6억1800만달러, 주당 83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주당 82센트를 웃도는 수준이다. 항공업 호황에 따른 항공기 부품 수요 증가가 허니웰 순익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허니웰 주가는 3.91% 하락했다. 올들어 34% 급상승한데 따른 차익매물이 증시 조정과 함께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전날 장 마감후 순익이 46% 급증했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급등했었다. 이날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가인 644.71달러로 마감했으나 상승폭은 0.8% 제한돼 시장전체를 리드하지 못했다. AMD 역시 시장 전망은 충족시켰으나 전반적인 수익구조 악화로 전날보다 5.15% 급락했다.

◇ 유가 '심리적 저항선' 90불 돌파..채권값 급등, 달러 최저치

국제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뒤 차익매물로 하락 마감했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11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전날보다 87센트 떨어진 88.60달러에 마감했다.
WTI는 전날 전자거래에서 한때 90.07달러까지 도달, 사상 처음으로 90달러를 넘어서 90.07달러를 기록했다.

터키의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공격 우려가 점증하고 있는 가운데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를 겨냥한 폭탄테러로 130여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으로 분쟁격화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가 심화됐다.

전날 국제유가는 달러 가치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지고 신용경색 위기가 되살아난 영향으로 배럴당 89달러를 넘어서는 최고가로 마감했다.

그러나 최근 가격 급등에 따른 경계감으로 이날은 전날보다 하락마감했다.
빌라노바의 애널리스트 스티븐 슈로크는 "투기적 수요가 시장을 점령했다"며 당분간 수급요인과 별개로 주가가 상승 추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유뿐 아니라 여타 석유 관련 제품 가격도 하락했다. 11월 인도분 가솔린 가격은 갤런당 1.64센트 떨어진 2.1687달러로 마감했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수요가 급증, 채권수익률은 급락했다.

뉴욕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미 국채수익률은 4.40%로 마감, 전날의 4.50%에서 0.1%포인트 하락(채권값 상승)했다.
이로써 10년만기 국채는 수익률이 지난주말 대비 0.30%포인트 떨어지는 랠리를 이어갔다.
이날 2년만기 국채수익률은 3.92%에서 3.81%로 0.11%포인트 급락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연준이 이달말 공개시장위원회에서 또다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채권매수세가 급증, 랠리를 이끌었다.

이날 달러 하락세는 다소 진정세를 보였다.
오후 5시10분 현재 달러/유로 환율은 1.4297달러로 전날의 1.4295달러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달러/유로 환율은 한때 1.43달러를 넘어서며 달러하락세에 가속도가 붙는듯 했으나 G7회담에서 달러약세를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하락세에 제동이 걸렸다.

엔/달러 환율은 114.60엔으로 전날의 115.63엔에 비해 1.03엔 하락(엔화강세)했다. 뉴욕증시 급락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돼 엔화수요가 늘것이라는 전망과 더불어 G7회담에서 아시아권 통화약세에 대해 논의될 것이라는 분석이 엔강세에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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