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멀리 칠 필요까진 없다

김헌 호남대 골프학과 겸임교수 2007.10.1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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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골프]한국만의 특유한 골프문화 (1)

한국의 골프장과 골프문화는 독특하다. 젊은 캐디의 도움을 받으면서 라운드를 할 수 있는 것도 일반적인 골프문화라 하기는 어렵고 라운드 도중에 근사한 그늘집이 있어 휴식과 음료를 즐길 수 있는 것도 특별하다.
 
라운드를 끝내고 나면 멋진 욕실에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글 수 있는 것도 남다른 서비스고, 라이트가 설치돼 있어서 일몰 시간이 지나서도 라운드를 할 수 있는 것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서비스임에 틀림이 없다.

심지어 해도 뜨기 전에 티 샷이 가능하고 야간 경기로 골프를 즐기는 나라가 몇이나 될까? 아무튼 독특하다. 그런데 다른 나라의 골프장과 가장 근원적인 차이는 우리나라의 골프장 대부분은 '산악형 골프장'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골프 치러간다고 하면 들놀이를 가는 것이지만 우리가 골프를 치러 간다는 것은 등산에 준하는, 가볍다고 하기에는 좀 부담스럽고 본격적인 등산에 비해서는 경쾌한 산행을 하는 것이다.
 
평지는 대부분 농지나 공업생산지로 쓰여지고 있고 기껏해야 산 끝자락 정도를 개발해서 골프장을 지을 수 밖에 없는 우리 땅의 현실적인 조건으로부터 한국 골프의 특수성이 주어지고 있다. 게다가 땅값도 너무나 비싸다.

땅값이 비싸서 골프장의 길이를 충분히 가져갈 수 없는데다 산에 골프장을 만들다 보니 페어웨이의 폭을 충분히 확보하기가 어렵다. 결국 짧고 좁은 골프장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골프장의 난이도는 유지해야 하기에 페어웨이의 언줄레이션을 많이 줄 수밖에 없고 그린에 이르러서 퍼팅의 난이도를 한껏 높여놓았다. 일명 포테이토 칩 그린! 그 반면 페어웨이가 좁다는 핸디캡이 있기에 러프나 벙커는 깊게 가져갈 수가 없어진다.



산을 깎아서 억지스럽게 페어웨이와 그린을 조성해 놓은 관계로 배수가 심각한 고민거리가 되고 그래서 대부분은 포대그린이면서 그린의 앞부분이 낮고 뒤가 높은 경우가 많고, 대부분 산 쪽이 높고 계곡 쪽이 낮다.
 
한국 골프장의 이런 특징들로 인해서 외국에서 수입된 골프 이론들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될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기본적인 오류의 하나는 장타주의다. 오비(OB) 경계라는 것이 없고 잘못 날아가도 옆 홀에서 쳐도 되는 골프장에서의 골프와 좌우에 오비말뚝이 유령처럼 서 있어서 어디로 쳐야 할 지 알 수가 없는 골프장이 대부분인 나라에서의 골프 방법론이 같을 수는 없다.

'보다 멀리'는 산악형 골프에 있어 전혀 미덕이 되지 못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몇몇 골프장을 제외하고는 러프에서의 탈출이라는 것은 연습할 필요도 없는 골프를 우리는 하고 있다. 일년에 몇 번 마주하지도 않는 상황이다.

아예 산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대부분의 공은 굴러서 내려온다. 우리가 접하고 있는 바 러프라는 것은 관리가 소홀한 외국의 골프장에 비하면 페어웨이 수준이다.


오늘도 골프와 더불어 행복하세요. (마음골프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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