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평양에서 있었던 남북정상회담 환송오찬에 얽힌 일화라며 최근 모 일간지가 보도한 내용이다.
권 부총리가 당시 김 위원장이 준비한 9가지 와인을 평가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와인 수준이 막걸리급”이라고 말했다는 게 보도의 요지다.
김 위원장이 9가지 와인을 준비한 것까지는 맞다.
권 부총리도 이 와인에 만족했다고 한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근무하면서 파리에 있어봐서 와인을 좀 아는데, 훌륭한 와인을 잘 고르셨다"고 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전문가가 따로 있었는데 몰라봤다"며 권 부총리에게 9가지 와인 가운데 하나를 골라 볼 것을 권했다. 권 부총리가 시음 끝에 하나를 선택하자 김 위원장은 "역시 제대로 골랐다"며 "우리 동무들은 와인을 잘 몰라서 외국에서 '보졸레 누보' 같은 것을 사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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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졸레 누보는 매년 11월 프랑스에서 그해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 출시하는 와인이다. 김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숙성이 덜 된 ‘보졸레 누보’ 와인을 좋아하지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권 부총리는 "보졸레 누보는 프랑스에서 '막걸리' 같은 술"이라고 응수했고, 김 위원장은 "맞다. 막걸리다"고 웃으며 화답했다.
북한에서는 식량 사정 탓에 막걸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막걸리에 대해 대체로 알고 있었고 "막걸리는 포천 막걸리가 최고"라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목에서 나온 '막걸리'란 단어가 김 위원장이 선택한 와인을 지칭한 것으로 일부에서 와전된 셈이다.
한 와인 전문가는 "대중적인 보르도 와인들과 달리 부르고뉴 와인은 '로마네 꽁띠'에서 보듯 소량 생산되는 매니아 와인이 중심"이라며 "인지도가 낮다고 품격이 낮다고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와인은 가격보다 대접하는 사람이 전하려는 의미가 중요하다"며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나온 ‘샤토 라투르'가 보르도 와인 중 최고급이긴 하지만, 이번에 김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부르고뉴 와인을 내놨다면 대접이 소홀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