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먼데이 20주년, "미니크래시는 가능"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7.10.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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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19일)은 20년전 미국 증시를 강타한 '블랙먼데이' 20주년이다. 글로벌 증시가 8월 신용경색 급락의 충격에서 벗어나 다시 상승세로 복귀한 지금, 적지않은 투자자들이 블랙먼데이를 회상하고 있다.

20년전 다우지수는 하루만에 508포인트, 22.6% 무너졌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돌발한 폭락에 대부분 투자자들은 할말을 잃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투자자들이 그때를 잊지 않고 곱씹어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블랙먼데이 같은 충격을 피할 수만 있다면 장기 상승추세에서 주식투자는 해볼만 것이다.

CNN머니는 이와 관련 월가의 전문가들이 블랙먼데이가 재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면서도 규모가 작은 붕괴(Crash)는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쇼크'나 '패닉'을 넘어 하루나 수일 또는 수주에 걸친 급조정이 나타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차트웰 인베스트먼트 파너스의 케빈 멜리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87년과 같은 수준은 아니겠지만 유사한 형태의 조정은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9·11테러 이후의 폭락을 유력한 사례로 제시했다.

테러로 거래를 재개한 2001년9월17일 다우지수는 684포인트나 무너졌다. 이는 하루 하락폭으로 사상최대다. 모든 투자자들이 경험한 패닉, 꼬리를 문 투매 등 크레시에서 볼 수 있는 현상들이 나타났다. 주가가 오른 몇 안되는 주식은 테러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나 일부 방어주들 뿐이었다.

이날 하락률 7.1%는 그러나 상위 10위에도 들지 않는다. 그래서 패닉과 쇼크일 지언정 진정한 의미의 크래시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공황을 예고한 1929년의 조정, 그리고 좀더 시야를 좁혀서는 87년 10월의 폭락 정도는 되어야 크래시라는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윌리엄 휴머 웨인 휴머 자산운용사 회장은 "크래시에 대한 분명한 기준은 없는 것으로 안다. 아마도 경험을 해봐야 그 실체를 알게될 것"이라고 전했다.

밀러 타박의 기술적 분석가인 필립 J.로스는 크래시에 대해 모든 투자자들이 시장의 한방향에 섰을때 일어나는 것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오늘날 이같은 크래시가 일어나기는 전보다 어려워졌다. 87년 붕괴 이후 다양한 시장보호 제도가 도입돼 블랙먼데이와 같은 수준의 조정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8월 신용경색으로 증시가 폭락할 때도 다양한 형태의 보호 장치가 가동됐다.

대표적인 보호장치로는 서킷브레이커스(일시적인 거래중단 조치)와 연준(FRB)의 대응을 꼽을 수 있다.

분기마다 갱신되는 서킷브레이커스에 따르면 다우지수는 현 수준에서 2700포인트, 20% 하락해야 거래가 중단된다. 1시 이전에 이 조정이 오면 2시간 동안 거래가 중단되고 1~2시 사이면 한시간, 2시 이후에 일어나면 마감시간까지 거래가 중단된다.

10% 하락해도 유사한 개입이 발생한다.

다우지수는 하루 최대 30%, 4050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 30% 하락하면 그날 거래는 없다.

이같은 대폭락은 없었다. 하지만 폭이 작은 조정은 9·11테러를 포함 여러차례 있었다. 90년대 기술주 버블 이후 큰 조정이 진행되던 2001년3월12일 다우지수는 436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2월27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가 세계증시를 흔들었고 다우지수는 416포인트 떨어졌다. 7월26일에도 신용경색으로 다우지수는 311포인트 하락했다. 이른바 '미니-크래시'로 부를 수 있다.

공통점은 급조정이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하루 정도 지나 시장이 안정감을 찾았다는 것이다. 많은 투자자들은 일시적인 투매를 매수 기회로 활용하기도 했다.

윌리엄 휴머는 그러나 미니 크래시를 넘는, 역사에 남을 만한 수준의 조정이 오늘날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국가간 전쟁이나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제2의 블랙먼데이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 충격이 나타나면 강력한 보호장치가 가동된다. 기계적인 시장 중단제도 이외에 전세계 중앙은행의 강도높은 시장개입이 뒤따를 것이다.

신용경색 사태에 미연준은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내놓았다. 경기침체를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기준금리와 재할인율 등을 인하하며 유동성을 시중에 풀었다. 시중은행들 역시 연준의 움직임에 호응했다. 증시가 10% 정도 밖에 하락한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다. 더 크게 하락하면 개입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해도 미니-크래시가 없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휴머는 "87년에 비해 지금 투자자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변동성에 대해서도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올여름 조정은 큰 하락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소중한 교훈을 다시한번 제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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