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 불황일 때가 '투자 적기'

강은현 법무법인 산하 부동산사업부 실장 2007.10.1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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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현의 경매시장 속보기

아침저녁으로 바람결이 제법 선선하다. 경매법정으로 향하는 투자자의 발걸음이 한결 가볍게 느껴지는 때다. 과연 지금이 경매 투자할 시기인가?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실수요자라면 적극적으로 현 장세를 이용하라고 싶다. 즉 내 집을 마련하거나 강남 등 특정지역으로 거주지역을 옮기려는 사람, 아니면 평형대를 넓히려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서울동부지방법원 경매5계 입찰법정.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주공아파트 5단지 103㎡(34평형)가 9억 6000만원에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초감정가 12억원에서 한 차례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시세 역시 11억원 후반대에서 가격 경쟁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다.



9명이 참여하여 최초감정가의 86.7 %인 10억 4000만원에 팔렸다. 빼어난 입지조건에 미래가치도 예견돼 치열한 경합 속에 고가에 팔리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전반적으로 얼어붙은 부동산 시황이 가장 큰 이유다. 경매 시장은 일반 부동산 시장과 반비례한다. 즉 일반 매매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져있을 때 경매 투자는 최적기가 된다. 지금이 바로 그때인 것이다.



법원 경매 시장에 가보면 누가 부동산 시장이 불황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과열을 염려할 정도다. 이는 경매 관련 자료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경매정보 제공업체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지역 전체 낙찰가율은 86.5 %로 8월의 79.4 %에 비해 7.1 %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지역 아파트는 8월 89.7 %에서 9월에는 93.3 %로 치솟았다.

최근 경매 시장의 특징은 양극화와 차별화가 화두다.


첫째 지역별로는 버블 세븐 지역에서 비버블 세븐 지역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였다. 강남권역의 10억원대 이상의 아파트는 약속이나 한 듯 최소 한 번은 기본이고 두 번씩 떨어지는 물건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진주아파트 138㎡(47평형)는 15억원에서 두 차례나 유찰돼 오는 11월 19일 9억 6000만원에 입찰에 부쳐질 예정이다.

둘째 금액대로는 6억원 이상 물건은 퇴조하고 1억원에서 3억원대의 물건이 가장 인기가 높다. 특히 1억원대의 물건에 가장 많은 투자자가 몰려있다.



셋째 종목별로는 아파트의 인기가 시들한 반면 연립. 다세대가 연일 상한가라는 점이다. 한때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연립,다세대 주택의 인기몰이에 때론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특히 개발 재료가 묻어있는 지역 물건은 아직도 첫 회차 낙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뉴타운 건설이나 재개발 예정지역 연립.다세대 주택의 인기는 굴곡없이 이어지고 있다. 올들어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물건이 바로 지난 7월 2일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반지하 연립으로 무려 107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그밖에 상가 물건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쏠림 현상도 감지되고 있다. 다만 상가 물건은 경매 시장의 주력 물건이 쇼핑몰 등 테마상가여서 선택의 폭이 좁다는 흠은 있다.



그러나 물꼬가 터지면서 우량 물건의 유입이 늘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좀처럼 구경하기 쉽지 않았던 대형 물건들이 꾸준히 시장에 나오고 있다.
 
반면 한때 경매 시장의 쌍끌이 종목 중 하나였던 토지 시장은 쉽사리 예전의 영화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예전처럼 토지 경매에서 수십 명씩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현상을 보기가 쉽지 않다.

대신 실수요자와 장기투자자가 중심이 되어 호재가 예상되거나 저평가된 물건은 금액 불문 지역 불문 과감히 베팅에 나선다는 점이 새로운 현상이라 하겠다.
 
지난 9일에는 서울시 강남구 율현동에 있는 임야 3367평이 30억 3461만원에 경매 나왔다. 입찰보증금만 3억원이 넘는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다섯 명이나 참여해 40억 2100만 900원에 낙찰됐다. 당장의 활용도는 없지만 강남 요지 인근의 땅이 평당 120만원도 안 된다는 점은 솔깃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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