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대국 코리아, 이젠 질적 성장 할 때

펀드리버 외부 필진 2007.10.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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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에 대해 일반인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다. 펀드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현황을 소개한다.

최근 3~4년 내 몰아친 펀드 열풍은 지난 30여 년 이상의 성장과 후퇴를 반복하는 양상을 보여줬다. 펀드에 대한 공식 통계가 발표된 것은 현재의 자산운용협회가 설립된 지난 1996년부터. 이전엔 소위 메이저 3개 투신과 지방 5개 투신이 판매와 운용을 겸한 전업 투신사였고, 각사별로 자체 집계한 펀드 수탁고 통계만 있었을 뿐 공식 통계는 발표되지 않았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펀드 시장은 자본시장의 주요 사건(?)과 더불어 진행되어 왔으며 지난 2일 기준으로 보면 펀드의 총 수탁고는 파생상품, 재간접 펀드를 포함할 경우 300조원 이상이 운용 중이다.

<그림1> 펀드 수탁고 추이



펀드대국 코리아, 이젠 질적 성장 할 때


한국의 펀드 수는 세계 3위 수준이나 펀드당 자산 규모는 최하위권으로 '펀드 난립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지 못하고 있다. 자산 규모가 작은 펀드가 난립하다 보니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른바 '자투리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지난 5월 미국 투신협회가 발표한 글로벌 펀드 현황에 따르면 2006년 말 기준으로 한국에서 운용 중인 펀드 수는 8,030개로 미국 8,120개, 프랑스 8,092개에 이어 세계3위이다. 2005년 기준의 한국 내 펀드 수 증가 추세로 보면 머지않아 세계 1위의 위상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순자산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는 펀드당 3,100만 달러로 42개 조사국 가운데 34위에 그쳐 펀드대국을 무색하게 하였다.



이처럼 펀드수가 많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근본적인 요인은 우리나라의 펀드 관련 산업의 제도적 특성과 자본시장의 발달과정이 반영된 결과다. 과거 우리나라의 펀드는 주식형보다는 채권형 펀드의 판매가 압도적이었는데 2000년 이전에는 시가평가가 아닌 장부가 평가 상품이 주류였다. 그러다 보니 시장의 금리가 변동하면 그에 맞는 신상품 설정이 러시를 이루었다. 이외에도 초단기 상품인 MMF를 국내 실정에 맞게 운용 방침을 변경하면서 기존 펀드의 추가 매각을 중지하면서 새로운 MMF 상품을 만드는 등 기존 펀드의 매각 중지 및 신규펀드 설정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펀드 관련 법체계가 선진국은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뮤추얼 펀드가 주류를 이루는반면 국내는 상대적으로 만들기 쉬운 계약형(수익증권)이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펀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고객 수요와 상품 성공 가능성 조사에서부터 약관 제정에서 펀드를 없애는 투자신탁 해지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펀드는 시장의 수요와 향후 시장의 변동 방향성을 잘 예측했을 때 성공하는 것이지만 현재까지는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단순 펀드의 수익률로만 평가하는 것이 아쉽다.

제도적 요인 이외에도 펀드 수가 많아진 배경에는 항상 새로운 것이 좋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는 투자자의 투자습관도 많은 영향을 미쳐 운용사와 판매사는 항상 신상품을 찾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그나마, 요즘은 순자산이 1조원이 넘는 초대형 펀드가 탄생하고 장기 펀드의 운용성과를 가진 펀드가 시장에서 선호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이러한 주식형 펀드에서는 신상품을 찾기가 어렵다. 그러나, 주식형 펀드도 지난 연초 해외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정부 방침이 발표되자 국내 운용사들은 소위 투자자금을 해외 운용사에 위탁운용(아웃소싱) 하는 펀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소위 주식연계펀드와 같은 모집형 펀드의 증가도 한몫했다.


위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펀드는 시장상황을 반영하여 새롭게 탄생하게 되는데 결과치를 가지고 어떤 상황이 더 좋다고는 냉정히 평가할 수는 없다. 현재의 우리나라 펀드 시장은 이제 질적인 성장을 위해 관련 당사자와 투자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대만은 한 운용사당 1년에 출시할 수 있는 상품은 4개 정도밖에 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두었다. 그 결과 대만의 펀드당 순자산은 17억 9300만 달러로 세계 1위를 차지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우위를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운용사나 판매사는 투자자들의 소중한 돈을 관리하므로 신상품의 개발에서부터 운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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