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잘 아는 분야 투자해야 성공"

머니투데이 홍정표 기자 2007.10.18 11:50
글자크기

[인터뷰]최준철·김민국 VIP투자자문 대표

"주식을 도박으로 생각하는 풍토를 바꾸고 싶은데 혼자서 하긴 쉽지 않네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지금 주식투자 동아리에 몸담고 있는데 들어와서 같이 한번 해보지 않을래요?" 지금부터 6년여 년 전 두 대학생이 서울대학교 앞 식당에서 나눴던 대화의 일부다.

그들이 바로 지금은 4,300억원의 자금을 운영하는 VIP투자자문을 이끌고 있는 최준철, 김민국 공동대표다. 둘은 이 짧은 운명적인 만남이 긴 여정의 시작임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이들은 2000년 대학교 투자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하다 도원결의를 맺었다. 경영학도와 경제학도로 두 사람의 전공은 달랐지만 가치투자라는 키워드로 '건전한 투자로 정직한 부자 되기'가 이들의 공통분모였다. 그러니 그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을 터.



2004년에 함께 쓴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이란 투자이론서는 국내 가치투자자들의 필독서로 꼽히며 지금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VIP투자자문은 설립 4년 만에 250명의 고객과 4,300억원을 운영하는 회사로 급성장했다. 설립 초기에 자금을 맡긴 고객들의 누적 수익률은 320% 정도. 지난 4년 동안의 누적 해지율은 7%(1년 평균 1~2%)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이처럼 주식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서른두 살 동갑내기 뉴리더인 VIP투자자문 최준철, 김민국 두 대표를 만나봤다.

- 두 대표 모두 대학 시절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는데 대학생의 신분으로 주식 시장에 입문하게 된 배경은.



"자신이 잘 아는 분야 투자해야 성공"


▶최준철 대표(이하 최)= 대학 입학 때부터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전공으로 경영학과를 선택했는데 무슨 사업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우연한 기회에 워렌 버핏의 투자 철학을 다룬 책을 접하게 되면서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주식을 소유한다는 것은 내가 관심을 두고 있는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란 점을 깨닫게 돼 주식투자를 하게 됐다.

▶김민국 대표(이하 김)= 위기가 또 다른 기회라는 생각에 IMF 혼란기에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했다. 경제학과에 다니면서 현실적으로 잘 적용될 수 없는 극단적인 경제학 이론들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그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시장 흐름과 상관없이 큰 수익을 올리고, 장기투자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노력한 끝에 본격적으로 가치투자를 하게 됐다.

- 대학을 졸업하면서 곧바로 VIP투자자문을 설립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설립계기는.


▶김= 처음부터 투자자문사를 설립해 사업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기성세대의 주식투자에 대한 편견이 싫었고, 주식은 투기가 아닌 건전한 투자 수단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학생운동' 비슷하게 20대의 젊은 패기로 일을 시작했다. 가치투자의 참된 가치를 알리고 싶어 출판사, 대학투자저널, 아이투자 등을 만들었다. 신문 발행을 유지하기 위해서 개인사업자로 등록했고, 가치투자를 증명하기 위해 사모펀드와 투자자문사가 필요했다. 뭔가를 하려고 했다기보다는 당시 상황에 맞춰 할 수 있는 것을 하다보니 투자자문사 설립까지 하게 된 것이다.

- VIP라는 회사 이름만 보면 쉽게 접근이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사명이 갖고 있는 의미는.



▶최= 국내 주식 시장에서도 '가치투자'가 통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설립 당시 '그건 미국에서는 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안 된다'라며 가치투자를 공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치투자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성과물이 필요했는데 그때 김민국 대표의 아이디어로 처음 시도한 것이 2001년에 나온 '가치투자를 증명하기 위한 공개 포트폴리오' 형태인 VIP펀드였다. VIP는 Value Investment Pioneer의 약자로 '가치투자의 개척자'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 그렇다면 처음으로 시작한 VIP펀드에 대한 이야깃거리도 많을 것 같은데.

▶김= VIP펀드를 출범하고 2개월 정도 뒤에 9.11 사태가 터졌다. 운영 규모의 절반을 주식으로 채웠는데 폭탄을 맞은 것이다. 수익률도 당연히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3차 대전 가능성까지 말이 나오던 시점이었지만 결단을 내려 남은 현금으로 그동안 눈여겨봤던 종목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VIP펀드는 설립 2년 뒤인 2003년 7월에 청산할 때 11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은 15%에 불과했다. 후일 투자자문사의 이름을 지을 때 많은 이름이 거론됐지만 VIP라는 이름을 택한 것도 2년 동안 함께 해온 VIP펀드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회사를 설립하자면 어려움이 많았을 법한데.

▶최= 2003년 VIP투자자문 설립 당시 모인 자금은 150억원 정도이다. 자문사 운영 자금으로는 크지 않은 돈이었다. 대학생 시절부터 내 돈만 가지고 투자를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자금을 맡아 운영한다는 것이 매우 부담스러웠다. 우리를 믿고 과연 투자자금을 맡겨 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러나 막상 투자자문사 운영을 시작하니 그동안 우리들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펴냈던 <한국형가치투자 전략>의 독자들, 아이투자 회원들이 고객으로 대거 참여했다. 3년 운용의 까다로운 조건에다 경험도 일천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소중한 자금을 맡겨주었다. 이런 고객들의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지금도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고객과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 10억원 정도의 돈을 맡기러 온 투자자가 있었다. 이 투자자에게 가치투자가 무엇이며 운용 방법 등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자 그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