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생수병
방글라데시와 인도 서벵갈 지역은에선 인구 1억2000만명 중 3500만명이 50ppb(parts per billion) 이상의 비소를 함유하는 지하수를 음용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해 비소오염에 노출됐다. 이중 250만명 이상이 피부흑색증, 피부암 등 심각한 비소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인류 최대의 독살사건', '비소 대재앙'이라고도 불리는 이 문제의 진상을 보기 위해 우리는 9월 25일, 방글라데시 시민단체 'NGO포럼'의 마닉 사하(Manik Saha)프로젝트 매니저와 함께 산틴갈(Santingar)마을을 찾아갔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3시간
떨어진 산틴갈 마을 근처
호수에서 놀던 한 아이.
떨어진 산틴갈 마을 근처
호수에서 놀던 한 아이.
마을에 들어서니 빨간 색 페인트칠을 한 펌프가 눈에 띄었다. 마을위원인 마수마아타(19)씨는 "비소 농도가 높은 물이 나오는 펌프"라고 했다. 우리는 그의 도움을 받아 도움을 받아 마을 펌프에서 얻은 물과 정수한 물의 비소 농도를 비교했다.
국제기구가 정한 안전한 비소 농도 기준은 10ppb 이하이지만, 마을물의 비소 농도는 무려 300~400ppb를 가리켰다. 반면 정수기를 거친 물은 비소 성분이 '0'에 가까웠다. 마수마아따씨는 "비소는 물을 끓여도 사라지지 않는다"며 "하지만 필터로 정수시키면 보시는 것처럼 거의 완전히 걸러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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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6개월 전 정수기를 설치한 따슬리마(25)씨의 집에 찾아갔다. 그는 마을위원회 회의에서 물에 비소가 많이 들어 있어 몸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수기를 설치했다.
"5살 난 우리 아이가 설사를 자주 해서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마을위원회 얘기를 듣고 필터를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아이가 설사로 힘들어 하지 않게 되었어요."
이 정수기의 초기 설치비용은 3000타카, 우리돈 4만여원이다. 가난한 가정은 유니세프의 후원을 받아 기존 가격의 20%인 600타카, 약 8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정수기 필터 비용이 만만치 않다. 1~2년에 한 번 정수기 필터를 교체하는 데에 1500다카, 2만여원을 지불해야 한다.
따슬리마씨는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필터 교체 비용이 많이 부담스럽다"며 "그래서 하루에 2다카씩 은행에 저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NGO포럼은 40가구, 약 300명의 마을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동 마을 정수기'를 6개 마을에 설치했다. 초기비용인 30만 타카, 403만여원은 유니세프에서 후원했다. 필터 교체 비용인 1만 타카는 마을 사람들이 부담할 예정이다.
↑유니세프가 초기 비용(30만 다카)을
지원한 산틴갈 마을 공동 정수기에서
한 아이가 물을 긷고 있다.
지원한 산틴갈 마을 공동 정수기에서
한 아이가 물을 긷고 있다.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비소 중독에 걸리기 시작된 건 산업화 이후다. 산업화로 더러워진 지표수를 마시기 어려워자 깨끗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서 우물을 파서 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왜 방글라데시의 물이 비소에 오염됐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과학자는 빙하에서 녹은 물이 방글라데시로 흘러들다가 자연 비소에 오염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비소 중독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캠브리지대학 라벤스크로프트 박사팀은 지난 8월, 전 세계적으로 70개국 이상에서 1억4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비소 섞인 물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3월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 물포럼에서 세계 물 이사회의 루아크 포숑 위원장은 “물 부족과 낮은 수질로 인해 죽는 사망자 수가 전쟁으로 죽는 사망자 수보다 10배나 많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전 세계 148개국은 “각국 정부는 안전한 식수를 얻기 위한 방법을 개선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에서 비소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건 비영리기구, 비정부기구들인 것으로 보였다. 2001년, 산틴갈 지역정부는 지하수에서 기준치 이상의 비소를 발견한 후 NGO포럼에 이 일의 해결을 위임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원인의 근본적 해결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오히려 정부는 사회 문제 해결을 지연시켰다. 부정부패 탓이었다.
사하 매니저는 " 방글라데시의 재정 중 절반 이상이 해외 원조로 이루어지는데, 원조자금이 국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을 시키는 단계까지 오지 못하고 중간에 사라져버린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지난 1월11일 군부의 지원을 받는 과도정부가 출범한 이후 부패정치인을 체포하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면서 더 나은 나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데에서 희망을 찾고 있었다.
우리가 방글라데시에서 본 '빈곤'은 단순히 배불리 먹지 못하는 것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즉 깨끗한 물, 깨끗한 집, 보건위생을 보장 받지 못하는 상태 역시 빈곤이었다.
↑방글라데시 산틴갈 마을의 한 펌프. 비소 농도가 높은 펌프엔 빨간 페인트 칠을 해놓고 식수 외의 용도 즉 빨래, 청소에 사용한다.
△김이경(22, 한양대 경제금융 04학번, ODA와치 단원, 한국공정무역연합 자원활동가)
△윤여정(22, 아주대 경영 04학번, 지구촌대학생연합회 전 회장,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기획단)
△주세운(22, 서울대 지구환경공학 04학번, 서울대 CSR연구회, 한국공정무역연합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