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와 하수를 구분하는 방법 중 하나는 감정의 기복이다. 하수일수록 일희일비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분주하다. 고수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느긋하고 여유가 있다.
극소수의 선수만이 메이저 1군에 등록하고 나머지는 무대에 오르지 못한 채 선수생활을 마감한다. 메이저 1군 등록 선수는 25명, 전체 선수의 10%에 불과하다. 하지만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의 기복이다.
이치로의 담담한 자세는 일류 그 자체이다. 삼진을 당하고도 다운되지 않고 홈런을 쳐도 신난다는 포즈를 취하지 않는다. 경기 결과를 깊이 분석할 여유는 갖지만 결과에 일희일비하지는 않는다, 경기하는 것에만 오로지 집중할 뿐이다.
◇이병철 회장이 이건희에게 물려준 교훈 중 목계(木鷄)가 있다. 목계는 장자의 달생편(達生篇)에 나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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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닭을 만들기로 유명한 기성자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왕의 부름을 받고 싸움닭을 훈련시키게 되었다. 열흘이 지나 왕이 물었다. 이제 대충 되었는가? 그러나 그는 "아직 멀었습니다. 지금 한창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부리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열흘이 지나자 왕이 또 물었다. "대충 되었는가?" "아직 멀었습니다. 다른 닭의 울음소리나 그림자만 봐도 덮치려고 난리를 칩니다."
다시 열흘이 지나 왕이 또 물었다. "아직도 훈련이 덜 되었습니다. 적을 노려 보기만 하는데 여전히 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가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열흘이 또 지났다. "대충 된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왕이 궁금하여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상대 닭이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덤벼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흡사 나무로 만든 닭 같습니다. 다른 닭들이 보고는 더 이상 반응이 없자 다들 그냥 가 버립니다" 라고 기성자는 대답했다.
상대가 아무리 물어뜯으려 해도 나무로 깎아 만든 닭처럼 초연하게 대처한다는 것이 이병철 회장의 처세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