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장에서도 항상 급락에 대비하라"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10.1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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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에서 살아남으려면?…"장기투자원칙 고수가 제일"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지금 1987년 10월 대폭락 경험을 잊어서는 안된다"

주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사상최고치를 누릴 가치는 있다. 그러나 이 잔치에 흥청망청 빠져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

1987년 '검은 월요일'은 투자심리가 얼마나 빠른시간내 급변하는 지를 잘 말해준다. 그리고 1987년 증시 대폭락은 지금껏 아무도 그 이유를 시원하게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시황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필요하다.



비즈니스위크(BW)는 12일(현지시간) 지금처럼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을때 20년전 갑작스래 발생한 대폭락 장세를 머리속에 상기시키고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BW는 '검은 월요일' 20주년을 맞은 지금, 증시 상황이 서브프라임발 신용경색 위기 등 복잡한 사안이 얽혀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W는 과거에 비해 △ 증시 제도 개선 △ 정보 공유 증가 등의 긍정적인 요인에 힘입어 과거와 같은 패닉 상황의 대폭락장세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만약 경제 공황이 발생해 주가가 급락하더라도 당황하거나 분위기에 휩쓸려 주식을 매도하지 말고 차분히 장기 투자 계획을 떠올리며 기다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증시는 시간이 가면 다시 회복되기 마련이다.

20년전인 1987년 10월 13일부터 10월 19일까지 5거래일 동안 다우지수는 3분의 1이나 폭락했다. 그리고 미국 뉴욕 증시 시가총액은 5일동안 1조달러나 증발했다.


다우지수는 19일 하루에만 22.61% 폭락했다. 바로 전거래일 5.88% 오르며 상승 분위기가 고조될때까지만해도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충격이었다.

이런 가공할 낙폭은 당시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1929년과 같이 경제가 대공황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공포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1987년 증시 대폭락은 심각한 펀더멘털이 반영됐던 1929년과는 달리 별다른 원인없이 일어났기 때문에 더 큰 충격이었다. 대폭락 이전 시점으로 증시가 회복되기까지 무려 2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미시건대 경영대학원 파올로 파스칼릴레오 교수는 "1987년 증시 폭락을 설명할때 경제 펀더멘털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사람들이 주식을 거래하는 방식과 자산 가격이 형성되는 시장의 '미시적 구조'(market microstructure)에 중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1987년 주가 대폭락을 설명하는 이론들은 나와있다. 우선 1987년 주가는 지속가능하지 않는 수준까지 급등했다는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주가는 기업 순익에 선행한다. 그러나 새로운 거래 기술과 증명되지 않은 투자 전략들이 시장에 널리퍼지게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걸프만의 긴장 증가와 의회 세금관련 법안들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무엇보다 1987년 대폭락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것은 증시가 갑자기 폭등했기 때문이다.

애리조나 대학교 경영학 교수인 크리스 라무로는 "1987년 대폭락 당시 증시 상황은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좁은 문으로 나오려는 모습과 닮았다"며 모두 주식을 팔려고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모든 거래에는 판매자와 매수자가 존재한다. 그러나 갑작스런 분위기 변화로 한쪽이 부족해질 경우 증시는 급등하거나 급락한다.

평상시에는 가격이 떨어지면 새로운 매수자가 나와 하락은 금방 복귀된다. 그러나 1987년 상황은 두려움에 대한 인간 본성을 반영하듯 시장 복원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산타클라라 대학교 행동금융심리 전문가인 허시 셰프린 교수는 "투자자들은 평상시 자기가 이해한 바를 믿지만, 위기시에는 신뢰가 사라지면서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면서 "패닉은 자기 통제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위기에 빠지게 되면 이성적으로 마비가 돼 현명한 판단을 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앞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신용시장 경색이 발생했을때 투자자들이 모기지 증권을 투매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셰프린은 "돈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패닉 시장을 치료하는 해결책은 겁이난 투자자들이 한방향으로 몰리는 것을 막는 것 뿐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한 거래 중단 도입은 좋은 예다. 1987년 10월 대폭락장을 경험한 직후 증시는 증시가 한도를 넘는 폭락세를 보일때 모든 주식 거래를 잠시 중단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파스카렐리오는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제공된다면, 펀더멘털상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합리적으로 반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 패닉 치료법은 정보다. 1929년과 이후 일련의 위기가 발생했을 당시에는 컴퓨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 경제자료도 얻기 힘들얻고, 기업 재무 보고서도 사실이 의심스러운 상황이었다.

조지타운대학교 경영학 교수인 리나 아가월은 "1920년대 사람들이 알 수 있었던 정보는 패닉이 있고 모든 사람들이 주식을 내다파는 정도"라며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은 투자자들이 보다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정보는 투자자들에게 군중심리를 따르지 않도록 하는 용기를 심어주고 있다. 과거 대폭락을 일으킨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렇다고 금융상 패닉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공황심리를 느낄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탐욕과 우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균형이 하나라도 어긋날 경우 급등장이나 폭락장이 도래한다.

일반 투자자들은 금융 위기가 발생할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펀더멘털상의 변화가 왔다던지 경제가 침체나 공황에 빠져든다면, 누구나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느낀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말고 기다릴 것을 충고한다. 그리고 단기에 집착하기보다 오히려 장기계획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앞으로 언제든 금융 패닉 상황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편안하게 생각하면서 롤러코스터 장세에서 한발뒤로 물러나 장기 투자전략을 고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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