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ETF 외국계가 왜 자꾸 팔지?

머니투데이 황숙혜 기자 2007.10.15 12:20
글자크기

[투자IQ를 높여라]KODEX CHINA H

국내 주식시장에서 원화로 거래되는 중국 ETF(KODEX CHINA H)는 환율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오후 3시 중국 ETF가 2% 상승 마감했는데 우리시간으로 2시간 후에 마감하는 홍콩 증시에서 벤치마크지수가 5% 올랐다면 이 간극이 어떻게 좁혀질까.
중국 주가를 추종한다고 하지만 '노는 물'이 한국인데 국내 증시의 시황과 수급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난 10일 상장, 국내 최초로 해외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가 투자자들 사이에 뜨거운 관심이 모으고 있다.



홍콩의 HSCEI를 추종하는 KODEX CHINA H는 상장 초기부터 대규모 거래량을 동반하며 활발한 매매가 펼쳐지는 가운데 상품을 둘러싼 의문점이 꼬리를 물고 있다.

◇ 외국계AP 대량 매도가 상승 '발목'?



상장 첫날부터 외국계 증권사인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의 대량 매도가 눈에 띈다.

상장 첫 날 2만4000원을 훌쩍 넘었던 KODEX CHINA H를 2만1000원 선까지 끌어내린 것도 AP의 대량 매도였다. 씨티그룹과 골드만삭스는 연일 수 십만 주에 달하는 대량 매도를 지속했고,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 외국계 증권사가 커다란 이익을 취하며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다는 불만이 번졌다.

이들 두 증권사는 KODEX CHINA H의 AP(판매지정사)다. AP는 ETF의 설정과 해지를 대행하는 증권사로, 기관 투자자들의 ETF 설정 및 해지 요청에 따라 포트폴리오 구성 내역에 해당하는 주식을 한꺼번에 매매한다.


이와 관련, 발행사인 삼성투신은 AP가 ETF의 가격을 순자산가치 아래로 떨어뜨리는 등 가격을 왜곡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투신 ETF팀의 김두남 매니저는 "AP는 선물을 이용해 포지션에 대한 헤지를 해야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비용이 투입된다"며 "대규모 물량을 풀어놓고 있어 가격을 끌어내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벤치마크 지수의 순자산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매도할 경우 AP도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격을 왜곡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첫 날 고공행진하는 ETF를 대량 매도해 차익을 남긴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 적정 가격에 매수하려면 11시에?

코스피시장과 KODEX CHINA H의 벤치마크 지수가 거래되는 홍콩 증시는 거래시간이 일치하지 않는다. 홍콩 증시는 우리시간으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전장과 오후 3시30분부터 5시까지 후장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오후 3시에 거래를 마치는 KODEX CHINA H는 당일 홍콩 벤치마크 지수의 종가를 모두 반영하지 못하는 셈이다.

일례로, 지난 11일 KODEX CHINA H가 2.03% 상승한 2만2650원으로 마감한 가운데 벤치마크지수의 순자산가치는 2만2705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괴리율은 다음날 시가에 반영된다. 실제로 12일 코스피지수는 미국 증시의 하락 여파로 초반 1% 이내로 내림세를 보였지만 KODEX CHINA H는 강한 오름세를 보이며 2만3000원을 웃돌기도 했다.

두 시장의 거래시간이 엇갈리는 2시간 동안 KODEX CHINA H의 가격은 전날 벤치마크지수의 순자산가치에 수렴하는 한편 당일 홍콩증시의 움직임에 대한 예측에 따라 심리와 수급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면 코스피시장과 홍콩증시의 거래시간이 일치하는 오전 11시 이후에 거래하면 적정 수준의 가격에 매매할 수 있을까.

김두남 매니저는 "매수 타이밍을 반드시 11시 이후로 둘 필요는 없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홍콩 증시 개장 이전이 저가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홍콩의 선물시장이 10시30분부터 호가주문을 받기 시작하고, 10시45분에 개장한다"며 "외국계 AP는 선물시장의 움직임으로 주가흐름을 예측하고 11시 이전에 이를 KODEX CHINA H의 가격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 원화로 거래, 환위험 없을까?

KODEX CHINA H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지수를 추종하지만 원화로 거래되기 때문에 홍콩달러 환율 움직임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KODEX CHINA H의 가격은 벤치마크 지수의 자산가치 뿐 아니라 환율 움직임도 반영해 산출된다.

KODEX CHINA H의 순자산가치는 'HSCEI / 100 * (원/홍콩달러 환율)'의 공식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환율 영향이 투자자의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 발행물량 200만주, 작전하기에 '딱'?

KODEX CHINA H는 발행물량 200만주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가격 왜곡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유통주식수가 적기 때문에 일부 '큰 손'이 작전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 KODEX CHINA H가 벤치마크 지수인 홍콩 HSCEI의 순자산가치를 반영, 가격이 형성돼야 하지만 몸집이 가벼운 만큼 유동성에 휘둘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우선 초기 발행물량이 200만주에 불과하지만 추가 발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가벼운 몸집'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

시장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추가 발행이 이뤄지며, 이 때문에 매수 세력이 많다고 해서 벤치마크 지수의 순자산가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가격을 끌어올릴 수는 없다.

김두남 매니저는 "시장 상승을 전망하며 가입을 권하는 중국 펀드와 달리 KODEX CHINA H는 중국 증시의 상승 가능성에 베팅하는 상품이 아니다"라며 "원하는 가격에 거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투자자금 회수가 편리하고, 별도의 환전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거래의 편의를 제공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