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연인(戀人)에 목매지 말라

김기홍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2007.10.11 12:58
글자크기

[성공을 위한 협상학] 대안(代案)을 준비하라

"네가 없는 세상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 네가 떠나버린 지금 나의 인생은 이것으로 끝이다. 그러니 모든 사람이여, 안녕." 어느 노래 가사에서나 나올 법한 말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 20대 그 격랑의 시대를 지날 때 이런 말을 하거나, 아니면 들어보곤 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여인이(혹은 그이가) 나를 떠났으니, 아! 아!, 나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길은 나의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공감하는가? 그럴 수도 있다. 사랑은 그토록 위대한(?) 것이니까.
 
하지만 협상의 관점에서 보면 (인생도 협상이다. 이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사람은 자신의 인생과 협상을 ‘아주’ 잘 못하고 있다. 대안을 확보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한 곳에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명심해야 한다. 어떤 종류의 협상을 하든지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협상(혹은 협상의 결과)에 대한 대안을 확보하고 있거나, 대안을 확보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안의 가능성이 있을 때, 역설적으로, 현재 하고 있는 협상에서 자신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여인과의 관계에서 대안을 확보하라고? 그러면 동시에 여러 사람을 사귀어야 한다는 말일까? 그렇지는 않다. 이 경우의 대안이란, 죽음에 이를 정도로 괴로워하는 그 감정과 열정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그 여인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지는 중요성, 의의를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맹목(盲目)에 사로잡힌 사람에게는 이 말이 다가설 여지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주 조그마한 틈이라도 있으면 그것을 잡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서 실연의 고통을 넘어선 자신의 모습을 잠시라도 그릴 수 있다면, 석양에 물든 하늘과 바다의 아름다움이 잠시라도 눈에 들어온다면, 지나가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조금도 변함없이 자신의 마음을 뒤흔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의심하지 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게 대안이다.
 
40대 중반이 가까워 오면 누구나 한 번 고민을 한다. 전직(轉職)을 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이 직장이 과연 나의 평생직장이 될 수 있는가? 한 살이라도 적을 때 빨리 직장을 나가 독립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협상의 관점에서 보면 그 대답은 매우 평범하다. 역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말을 오해하지 말자. 대안을 마련하라는 것이 평소에 전직의 가능성을 두고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거나, 새로운 자격증을 마련하기 위해 새벽이나 한밤중에 눈을 비비고 책과 씨름하라는 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런 노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경우 진정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선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이고, 자신이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다시 한 번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그런 자문자답 끝에 어떤 결론이 나온다면 그게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명심하라. 당장의 호구를 위해, 눈앞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학원가를 전전하거나 섣불리 사업을 하기로 결정한다면 그것은 긴 인생 내내 후회할 빌미를 자신에게 주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면 꼭 나오는 말이 있다. "교수님, 현실을 너무 모르는 말입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줄 몰라요?" 안다. 충분히 안다. 하지만 사람은 목구멍을 만족시키는 것만으로는 살아가지 못한다.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목구멍을 포도청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상전으로 모시는 한 당신은 인생과의 협상에서 그리 성공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당신의 인생은 기껏해야 포도청을 만족시키는 수준에서 끝나버릴 테니까.
 
그러므로 협상의 교과서는 거듭 강조한다. 협상가가 자신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그래서 협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한 가장 고전적인 방법은 협상의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다른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이 협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Alternative opportunities are a source of bargaining power)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협상에서는 특히, 어떤 대안을 마련해 두느냐에 따라 인생의 품격과 성공이 좌우된다. 그래서 유능한 협상가들은 거듭, 거듭 말한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협상에 목을 맨다면 결코 유리한 협상을 할 수 없다 (Necessity never made a good bargain)" 그러니 실연(失戀)에 목매지 말고, 직장에서의 은근한 압력에 기죽지 말라. (협상컨설턴트)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