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환경연합, '적과의 동침'?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7.10.0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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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반대 환경연합에 '환경감시' 의뢰

하이닉스반도체가 이천공장 증설을 반대해온 환경운동연합과 손을 잡았다. 일종의 적과의 동침으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양측 모두 노림수가 있지만 그럼에도 기업이 자발적으로 시민단체에 환경경영 검증을 의뢰한 첫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외부환경감시 의뢰= 하이닉스 (234,000원 ▼2,000 -0.85%)는 8일 중구 정동 세실 레스토랑에서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환경경영 검증위원회' 운영에 대한 협약식을 가졌다.



환경운동연합은 NGO 임원, 환경전문가, 대학교수 등 10인의 환경경영 검증위원회를 구성, 15개월 동안 하이닉스 사업장 내부와 주변지역의 수질, 대기, 유해화학물질의 환경관리 상태를 상시 조사하게 된다. 하이닉스는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환경연합은 조사과정에서 취득한 영업비밀은 최대한 보호키로 했다.

검토된 제반 사항은 환경운동연합이 공동 운영하는 홈페이지와 2008년부터 작성할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반영하고 하이닉스는 검증위에서 지적받은 사항은 적극적으로 시정할 계획이다.



하이닉스가 시민단체에 자발적으로 환경감시를 의뢰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사례다.

◆적과의 동침(?)… 뭘 노리나= 환경연합은 그동안 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증설을 반대해온 대표적인 시민단체다. 이천공장 증설이라는 현안이 있는 상황에서 하이닉스와 환경연합 모두 부담스러운 결합이다. 윤준하 환경연합 공동대표도 "외부에서 의심스러운 눈길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환경연합 입장에서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용기를 가지고 검증위원회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김종갑 사장(왼쪽)과 환경운동연합 윤준하 공동대표가 협약서에 서명한뒤 악수하고 있다.하이닉스 김종갑 사장(왼쪽)과 환경운동연합 윤준하 공동대표가 협약서에 서명한뒤 악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가 환경연합에 환경감시를 의뢰하고 환경연합이 이를 받아들인 것은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이닉스는 이천공장 증설이 환경문제로 무산되고 김종갑 사장이 취임한 직후 환경경영을 선언했다. 김 사장은 곧바로 대규모 테스크포스를 구성해 환경을 해칠 수 있는 모든 요인을 점검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경영능력을 갖추기 위한 장기 로드맵을 만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객관적으로 검증해 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 결국 하이닉스에 있어 환경연합은 이같은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곳인 셈이다.

반면 환경연합은 하이닉스를 시작으로 다른 기업들로 자체 환경유해요인을 외부에 공개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확산되도록 유도할 계기를 만들 수 있다. 장재연 환경연합 정책위원장은 "하이닉스부터 환경유해요인을 낱낱이 공개한다면 다른 기업들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도 기업이 배출하고 있는 오염물질 현황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천공장 증설 문제에 도움될까= 일단 하이닉스와 환경연합 모두 이번 검증위원회는 이천공장 증설 문제와는 완전 별개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연합이 하이닉스의 오염물질 배출 수준을 평가해 하이닉스의 환경경영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할 경우 하이닉스의 이천공장 증설 요구에 어느 정도 명분을 제공해 줄 수 있을 전망이다. 환경연합 윤 대표도 "만약 구리배출기준을 정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사단이 만들어 지거나 하면 검증위의 활동내용이 자료로 제시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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