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기업 '보증 돌려치기'로 자금 구하기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7.10.0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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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

 최근 코스닥 A사와 B사의 어음이 명동에 등장했다. 자금시장에 어음이 도는 것쯤이야 특별한 게 아니지만 이들 업체 어음은 다른 코스닥 기업들이 배서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배서는 어음융통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어음발행 업체에 문제가 생길 때 이를 보증한다는 의미다. 배서 업체들은 A 및 B사와 전혀 연관성이 없는 곳들이다.



◇보증 돌려치기= 명동에 등장한 A사의 어음은 100억원, B사는 20억원 짜리다. 두 회사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상황이 그다지 좋지 못한데, 신규 사업을 추진하며 비교적 큰 규모의 자금을 구하고 있다. 통상 이런 경우 명동에서 어음할인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들 회사의 어음은 보증인들이 있어 자금융통 여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들 업체의 어음을 보증한 곳은 코스닥 기업인 C사와 D사, 그리고 비상장 E사다. 이들은 A사와 B사의 어음에 배서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 역시 적자기업인 데다, 외형상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어음배서를 통해 환상형 보증관계가 형성됐다. A사가 어음을 막지 못하는 경우 C·D·E사에 문제가 생기고 이는 결국 B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B사가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C·D·E사를 돌아 A사까지 문제가 미치는 것이니, 사실상 A사와 B사의 맞보증으로 볼 수 있다.

◇배서 배경에 촉각= 이들 회사의 주력 업종이 정보기술(IT), 기계제조, 유통 등으로 상이하고 거래도 없는데도 배서를 통해 관계가 형성된 것은 같은 계열의 인수·합병(M&A)에 자금이 투입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명동시장 관계자는 "서로 관계가 없는 기업들이 보증을 서면 대개 주가부양에 관심을 가진 경우가 많다"며 "이 때 명동은 어음융통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최근 엔터테인먼트나 자원개발 등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업체들에 많다. 코스닥의 F사와 G사, H사 역시 최대주주가 바뀐 이후 이런 종류의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명동에서 융통어음 발행을 시도했다. I사의 경우 최근 '머니게임' 업자들에게 어음이 돌아 주목을 받았다.

시장에서는 주력 업종과 관계없는 사업을 시작하는 곳이나 최대 주주가 바뀐 이후 곧바로 어음이 도는 업체들을 경계한다. 이는 명동 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필요한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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