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시행 100일…'빛과 그늘' 확연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7.10.0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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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8000명 정규직 전환, 외주화 부작용도 초래

8일로 비정규직법이 시행된지 꼭 100일이다. 법 제정을 둘러싸고 수년간 진통이 이어져온 만큼이나 시행 후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기업은 기업대로,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불만과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때문에 보다 세밀하게 현실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손질이 필요하다는 조기 법 개정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무방비 상태였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법 시행을 계기로 확고히 형성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기업, 비정규직 해법찾기 '분주'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동일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에 비해 불합리한 차별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올해 7월1일을 기산점으로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의무화시켰다.

이런 규정을 올해 7월부터 우선 적용받게 된 300인 이상 대기업군 가운데 금융 유통업종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 전환대책이 이어졌다. 그동안 신세계 삼성홈플러스 롯데쇼핑 홈에버리테일 우리은행 하나은행 부산은행 외환은행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에서 모두 1만8000여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대부분 창구와 판매 업무에 비정규직을 다수 고용한 기업들로 여기에는 "어차피 맞아야 할 매를 남들보다 먼저 맞는게 낳다"는 정서가 깔려 있다. 나머지 기업들도 자사 여건에 맞는 대책을 수립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공부문에서도 이달까지 7만여명의 비정규직을 고용이 보장되는 '무기(無期)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외주화=사회적 악'(?)

비정규직 문제 해법을 외주화로 찾은 기업들은 홍역을 앓아야 했다. 대표적인게 이랜드다. 이랜드그룹 계열 뉴코아는 계산업무를 외주화하면서 53명을 계약해지 했다. 이게 발단이 돼 3달이 넘도록 매장점거와 노조원 검거 등의 악순환이 끊이지 않고 있다.

KTX여승무원 업무를 외주화했던 코레일(철도공사)에서는 1년7개월째 노사 갈등의 진원이 되고 있다. 최근 노·사 그리고 공익위원 등 6인으로 구성된 제3의 협의체에서 사태해결을 모색키로 합의했으나 원만한 해법이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노동행정을 이끄는 이상수 노동부 장관도 "법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외주화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며 외주화 기업 비난에 동조했다.

이런 '학습효과' 때문에 외주화를 염두에 뒀던 기업들은 눈치를 보면서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한 기업인은 "외주화가 불법이 아닌데도 비정규직 외주화를 선택하면 악덕기업으로 이지메를 당하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조기 법 개정 필요성 대두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혼선이 이어지면서 조기 법 개정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법의 핵심인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이 집중적으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차별시정 제도가 도입되면 비정규직의 신청이 쇄도할 것으로 예상됐었으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딴판이었다. 현재까지 14개 사업장에서 137명의 비정규직만 차별시정을 신청했을 뿐이다. 그마저도 18건은 자진취하했다.

차별시정 사건이 최초로 접수된 농협 고령축산물공판장에서는 미 취하자 중 1명이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 당하기도 했다.

노동계는 "힘없는 비정규직 개인에게만 신청권을 제한해서 이런 상황이 빚어지는 만큼 노조에게까지 신청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외주업체 근로자에게까지 차별시정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시기상조"라고 조기 법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노사정위를 통해 비정규직후속대책 논의에 착수했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비정규직을 함부로 고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은 확립됐다"면서 "긍부정적 효과가 교차하는데 면밀히 분석한뒤 필요하면 과감하게 법을 보완하는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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