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쇼크', 알고보니 통계 오류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7.10.06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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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고용, 4천↓ 아니라 8.9만↑"… 연준·시장, '착시'에 춤춘꼴

'4000명 감소'에서 '8만9000명 증가'로 돌변했다.
미국은 물론 세계 증시과 경제를 흔들었던 '8월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통계'이야기이다.

5일 발표된 8월 비농업부문 통계 수정치는 한달동안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고용 쇼크'를 '없던 일'로 만들었다. 이정도면 통계의 '오차범위'를 논하는 것조차 무의미한 수준이다.



"교사 신규임용 누락이 오차원인"

5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9월 비농업부문 고용자수가 11만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발표된 8월 고용통계 수정치는 8월에도 비농업부문고용자수가 8만9000명 증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 노동부는 당초 8월 비농업부문 고용자수가 4000명 감소했다고 지난달 7일 밝힌바 있다. 이같은 수정은 8월 한달간 정부의 고용이 5만7000명 늘어난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교사들의 신규임용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점이 뒤늦게 통계에 반영되면서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여름방학 기간 조정으로 인해 개학이 늦어지면서 신규임용 교사 숫자를 파악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고용통계가 전수조사가 아니라 고용주를 상대로 한 샘플링 조사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같은 차이가 나올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통계 오류'에 춤춘 세계경제

하지만 이같은 간단한 '설명'으로 넘어가기에는 그간의 '비용'이 너무 컸다.
당시 2003년 8월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이 감소했다는 발표는 '고용 쇼크'로 받아들였다.
미국이 본격적인 '경기침체(리세션)'에 빠져드는 것 우려가 확산되면서 다우지수가 하랏동안 249.97포인트(1.87%) 급락하면서 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졌다. 덩달아 한국의 코스피지수도 하룻동안 49포인트(2.6%)급락하는 등 세계 증시가 곤두박질쳤다.

급기야 벤 버냉키 의장이 이끄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는 금리동결이라는 기존입장을 180도 변경, 지난달 18일 연방기준금리와 재할인금리를 각각 0.5%포인트 인하하는 충격요법을 쓰기에 이르렀다.

이후 다우지수와 S&P지수가 연달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증시는 반등세를 이어갔다. 추가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면서 달러약세와 유가 및 금값 강세가 가속화되는 등 시장은 '고용쇼크 이후'에 대응해왔다.

아울러 이달말로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추가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50%를 넘어서는 등 경기활성화 조치에 대한 기대가 지속됐다.

'수정 쇼크'안 겪으려면 ...중장기 추세 읽어야

하지만 5일 수정치가 발표되면서 추가금리인하 기대는 급격히 떨어졌다. 이날 금리선물시장에서 10월말 추가금리인하 전망은 50%이하로 급격히 낮아졌다.
금리인하 기대감 상실로10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하룻동안 13bp(0.13%포인트) 급등(채권값 급락)하는 등 시장은 '수정 쇼크'로 인해 또다시 흔들렸다.

제퍼리스&컴퍼니의 수석 시장전략가 아트 호간은 "8월 고용수치가 9만3000명이나 차이가 났다는 것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일(eye-popper)"이라고 혀를 찼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관계자는 "고용지표가 경기상황을 가장 잘 알수 있는 지표로 부각되면서 시장영향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통계가 매우 다양하지만, 비효율적인 측면도 적지 않은 만큼 수정치나 통계오류로 인한 착시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3개월 평균치 등을 통해 중장기적인 추세를 읽는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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