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중 재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어"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07.10.0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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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사업주 제공 교통수단 이용해야 업무상 재해...기존 판례 재확인

근로자가 출·퇴근 과정에서 재해를 입었을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출·퇴근 재해에 관한 산재보험법령의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나온 판단으로, 업무상 재해인지 여부는 '입법에 의해 한계가 설정되는 것이 옳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는 의미가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자가용을 몰고 출근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모씨의 유족 이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등부지급처분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자의 출·퇴근이 비록 노무의 제공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더라도 근로자가 출·퇴근 방법과 경로를 선택할 수 있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할 수 없고, 산재보험법상 재해로 인정한다는 특별한 규정도 없는 만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가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근로업무를 수행하거나 그에 수반되는 활동 중에 일어난 재해를 말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려면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토록 하는 등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사업주가 출·퇴근용으로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다가 발생한 사고로 볼 수 없고 사망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였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영란 박시환 김지형 김능환 전수안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반복적인 출·퇴근 행위는 사업주가 정한 시각과 근무지에 의해 구속되며 이는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만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김 대법관 등은 "'산재보험법은 업무상 재해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따라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도 규정이 있는지의 문제가 아닌 법령 해석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법원은 "사회보장 차원에서 출·퇴근 재해에 따른 산재보험 수급권의 인정 범위를 넓혀가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대법원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개선 입법이 시행될 경우 입법 취지에 따라 법령 해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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