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코리아 리스크'와 신용등급

머니투데이 정희경 금융부장 2007.10.0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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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코리아 리스크'와 신용등급


남북 정상이 다시 평양에서 만났다. '첫 경험' 때의 흥분은 7년 새 차분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5개월 정도 남은 탓인지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감도 2000년에 비해서는 약화됐다.

현재는 과도한 낙관도 경계해야겠지만 지나친 폄훼 역시 섣부른 시점이다. 노 대통령이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는 등의 상징적인 제스처를 차치하더라도 두 정상의 회동은 '역사적'이다.



이번 상봉이 먼 훗날 '코리아' 융성에 또하나의 초석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의 두번째 대면은 그 자체로 남북 사이에 놓인 벽을 조금 더 무너뜨린 것으로, 남북 경제교류와 협력을 진전시킬 여지가 분명히 있다.

이런 측면에서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나 스탠더드&푸어스(S&P)의 변함없는 시각은 너무 인색한 것으로 비쳐진다. 이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한국 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거나 "북핵 불능화 로드맵 마련을 위한 6자회담의 결과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입장은 북핵 문제에 상황 변화가 있었지만 7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북한 리스크는 그동안 한국 신용등급의 발목을 잡아왔다.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평가는 수년 전 내려졌지만 신용등급은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여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무디스 기준(A2)으론 1단계, S&P의 경우(A) 2단계 각각 높아져야 한다.

여기에는 북핵 등 지정학적 위험이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그 위험은 한반도에 전쟁 발발 가능성이 아니라 급격한 통일시 한국 경제의 혼란에 대한 우려다.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담당자가 "남북 경제협력 확대 추이를 관심 있게 지켜보겠지만 그 효과나 차기 정부 및 국민 부담을 정확히 예측하긴 이르다"고 언급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S&P 관계자들도 한국이 장차 막대한 통일비용을 감내할 수 있느냐에 의구심을 보여왔다.

이는 한국 만의 특수 상황인 만큼 펀더멘털이 비슷한 나라 수준으로 신용등급을 높여주지 못하겠다는 그들의 논리를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과 앞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효과 등이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S&P의 한국 신용등급 조정 때 긍정적으로 작용하길 기대하고 있지만 등급 상향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사실 지정학적 위험은 일반 경제적 투자 리스크만큼 계량화하기 어렵다. 북한의 예측 불허 행보까지 고려한다면 '코리아 리스크' 평가는 더욱 곤란해지고, 사실상 무디스나 S&P의 '자의적인' 결정에 계속 맡겨놓을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북한 리스크 수준이 10년 전 외환위기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면 적어도 이후 한국 경제나 금융시장 발전을 반영해 신용등급을 회복시켜 주는 게 '중립적인' 자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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