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면담 '무산'… 李 '외교력' 도마 위에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7.10.0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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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외교라인 점검, 자성의 목소리도

결국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면담을 둘러싼 논란은 '없던 일'로 끝났다. 둘 사이의 만남은 사실상 무산됐다. 2일(한국시간) 백악관에서 면담을 공식 부인하고 나선 게 쐐기를 박았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드 존드로 대변인은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런 면담은 계획돼 있지 않다(No such meeting is planned)"는 한 마디로 논란을 정리했다. 존드로 대변인은 "백악관이 부시 대통령과 이 후보간 면담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한국의 대선 정국에 말려드 데 관심이 없다"고 확실한 선을 그었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톡톡히 '망신'을 당한 셈이 됐다. 면담 추진과 불발까지 외교력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유력 대선후보와 '수권정당'이란 무게감도 상당 부분 빛이 바랬다.

우선 이 후보로서는 '글로벌 리더'란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이 후보는 야당 대선후보로는 처음으로 미 대통령과 만나 '입증된 외교력'을 부각하려 했다.



하지만 결과는 되레 외교 분야의 '취약성'만 노출한 꼴이 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당 공식 외교 라인의 부실함이다. 국가간 '외교관례'에 눈이 어두워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다. "무리하고 성급했다(이 후보 핵심측근)"란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8일 부시 대통령과의 면담 사실을 당에서 공식 발표한 과정이 비근한 예다. '사단'의 전조는 이때부터 나타났다. 당시 백악관 의전실장으로부터 도착한 서신엔 'give every consideration' 문구가 담겨 있었다. "면담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이를 '확답'으로 확대해석했다. 애매한 표현임에도 확인 절차 없이 '면담성사'로 받아들였다.

'슈퍼파워'인 미국의 대통령과 면담을 추진하면서 오롯이 비공식 경로에만 의존한 것도 문제다. "당이 강영우 백악관 장애자 위원회 차관보의 '입'만 바라보다 결국 상황이 꼬였다(한나라당 관계자)"란 말이 나왔다. 차제에 외교안보 분야 강화를 위해 후보 참모 라인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교 참모 인력풀의 보강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또 다른 문제는 '4강외교'에 미칠 여파다. 부시 대통령 면담 여부와 관계없이 이달 중순 방미 일정은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방침.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등 유력 경제인들과 만나는 '경제 외교'로 급선회했다.

하지만 열흘 정도 남긴 현재 구체적인 일정이 나온 게 없다. 목적이나 만날 인사도 확정하지 않은 채 '방미'만 외쳤을 뿐이다. 방미에 이어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을 잇따라 방문하려던 '4강외교' 구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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