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 대책 곳곳 '잡음'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7.10.0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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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정규직 논란-상당수 기관은 자체예산 확보 난항

7만여명에 달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는 정부대책을 둘러싼 잡음이 속출하고 있다.

전환 과정에서 허울만 좋은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노동계의 불만이 비등하고, 상당수 기관에서는 예산 문제 및 노사 갈등으로 일정이 지연되는 등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이달 안으로 중앙·지방정부, 교육청, 공기업 등 공공분야 비정규직 7만1861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근무기간이 2년이 넘은 계약직 근로자가 그 대상으로 공공부문 전체 비정규직(20만6742명)의 34.8%에 달한다.



'따로 국밥'식 추진=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공공부문 기관은 1만714개나 된다. 하지만 정부가 별도로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각 기관이 자체 예산에서 추가비용을 부담해야만 하는 관계로 천차만별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기관은 비교적 '후하게' 인심을 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처우개선폭이 미미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당초 9월말까지 전환작업을 마무리하려던 정부 계획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3일 현재까지 노동부에 전환작업 실적을 보고한 기관은 정작 노동부 1곳 밖에 없다.

시·도 교육청을 중심으로 전환계획을 간헐적으로 발표하고는 있지만 대다수 기관에서 눈치를 보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관별 상황과 여건이 다른 만큼 일괄적인 추진은 힘들다. 보고시한이 10월말이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일정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부터 '잡음'=주무부처인 노동부는 '모범'을 보이기 위해 662명의 소속 비정규직 중 239명을 이달 1일자로 '무기(無期) 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이들은 57세까지 고용을 보장 받으며 임금도 종전보다 11.7% 인상된다는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겉으로는 고용이 보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취업규칙상 독소조항으로 예전처럼 해고의 위험에 항시적으로 노출돼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공노조에 따르면 취업규칙 표준안에 '업무량 축소'와 '직제개편', '근로계약을 유지할 수 없는 사정이 발생했을 때' 등의 조항을 넣어 여전히 해고를 자유롭게 해 놓았다는 것이다.

또 이전 근속년수는 고려하지 않고 보수표를 짠 점도 불합리한 요소라고 노동계는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 기존 근무기간에 관계없이 공무원 최하위 직급인 기능직 10급 1호봉에 해당하는 급여가 주어진다. 이 경우 월급은 120만원 가량이 된다.

공공노조 박지영 조직차장은 "노동부가 취업규칙과 보수도 알려주지 않고서 근로계약서 작성을 강요하는 등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했다"고 비판했다.

노동부 산하기관인 폴리텍대학의 경우는 139명의 비정규직 교사를 '분리 직군제' 방식으로 정규직화 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당사자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코레일에서는 노조가 전체 비정규직의 일괄전환을 요구하며 버티고 있어 난항에 부딪힌 상태다.

상당수 공기업에서는 추가예산 확보가 여의치 않아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 대한 처우개선 수준을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노조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추가 비용을 인건비 항목 증액이 아닌 운영비 감축이나 사업비 축소 등을 통해 자체조달하라는 것 자체가 문제점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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