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시정 요구 비정규직 '보복성' 해고 논란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7.10.0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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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시정 제도 보완 요구 목소리 커져

차별시정을 신청한 비정규직 근로자가 차별 여부 판단 과정에서 해고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고된 근로자는 불합리한 차별임이 인정돼 시정명령이 내려지더라도 복직이 불가능해 차별시정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2일 중앙노동위원회와 경북 지노위에 따르면 지난 7월24일 처음으로 차별시정을 신청한 농협 고령축산물공판장 소속 비정규직 근로자 19명 중 1명인 이모씨(39)가 오는 16일자로 고용계약이 해지됐다.



이씨는 2001년부터 돼지도축 일을 담당해왔으며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왔다. 이씨는 농협중앙회 지침으로 사측이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7월부터 돼지도축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환경미화 등 보조 업무를 맡고 있었다.

사측은 이씨 외에도 차별시정 신청을 유지하고 있는 9명의 비정규직을 계약만기가 도래하는 대로 계약을 해지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차별시정 신청자 가운데 중도에 신청을 철회한 9명을 제외한 남은 10명은 내년 초까지 모두 해고된다.



이에 따라 차별시정 신청을 이유로 사측이 보복성 해고를 한게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또 경북 지노위에서 차별임을 인정받더라도 차별시정 신청자들은 복직이 원천차단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들은 단지 노동청에 사측을 부당해고 혐의로 고발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만약 차별시정 신청을 이유로 사업주가 보복성 해고를 했다고 결론이 나면 사업주에게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차별시정 제도 설계 자체에 한계가 드러났다며 제도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항시적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개인에게만 차별시정 신청권을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사실상 차별시정 신청 때문에 계약이 연장되지 않은 것이다. 비정규직의 보호막이 될 수 있는 노조 등 집단적 차원의 신청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위원은 "노조와 연계를 허용하거나 외주기업 비정규직에게도 차별시정 신청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추가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노동부와 경영계는 노조에 차별시정 신청권이 주어졌을 경우 차별시정 남발로 노사갈등이 양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제도보완을 꺼리고 있어 차별시정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동안 차별시정 신청은 14개 사업장에서 137명의 근로자가 111건을 접수했다. 이 가운데 1건은 각하됐고, 18건은 취하됐으며 현재 82건에 대한 심의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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