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 씨티, CEO 교체 압력 증가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7.10.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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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위기 여파로 3분기 순익이 60% 급감했을 것이라고 밝힌 미국 최대 은행
씨티그룹의 최고경영자(CEO)가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씨티의 일부 이사들마저 실적 악화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CEO인 찰스 프린스의 교체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씨티그룹 이사진이 새로운 CEO 후보로 존 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 최고경영자를 점찍고, 테인과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 미국 대기업 CEO 등으로 이뤄진 씨티 이사회는 지난해에도 부사장직을 제의하며 테인과 만났다. 하지만 당시 테인은 "프린스 CEO의 사퇴 없이는 씨티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거절한 바 있다.

아직 테인으로부터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프린스가 취임 4년이래 가장 큰 고비에 처한 직접적인 계기는 3분기 실적악화였다. 이날 씨티그룹은 신용경색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며 1년전보다 순이익이 60%나 급락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용과 트레이딩 부분에서 59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했다. 씨티그룹은 차입매수(LBO)와 같은 대출 분야에서 14억달러, 모기지 담보부증권(MBS)에서 13억달러를 각각 손실처리했다고 공개했다.

이중 LBO 대출 등에서 발생한 14억달러 손실에 대해 경영진조차 강한 불만을 보내고 있다. 프린스는 신용경색이 터지기 직전인 지난 7월 FT와 가진 인터뷰에서 "씨티는 신용시장에서 여전히 춤을 추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정작 대규모 소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자 당시 위험을 줄여야한다고 주장했던 씨티의 일부 경영진들은 분노하고 있다.


월가의 시선도 곱지 않다. 도이체방크의 마이크 마요 애널리스트는 "이제 씨티가 CEO를 바꿀 때"라며 "취임 4주년을 맞은 프린스는 투자자들에게 실적 부진이는 선물을 보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프린스 CEO를 대적할 만한 내부 후보자가 많지 않다는 점을 들어 CEO 교체가 쉽지 않다고 파악하기도 했다. 다만 전 모간스탠리 기관 사업부문 대표였던 비크람 판디트가 소리없이 내부 대안으로 부각되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한편 아랍의 갑부이자 씨티그룹의 최대 개인 투자자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왈리드빈 탈랄 왕자도 씨티의 현 경영진에 대해 '전적인' 신뢰를 보낸다는 소신을 밝혔다. 알 왈리드 왕자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씨티의 경영진과 CEO인 척 프린스를 지지한다. 그들은 나의 전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 왈리드 왕자의 지지는 투자자들이 씨티의 경영진에 대해 비판의 시선을 보내는 상황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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