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기준가격이 높아서 못들겠다고?

머니투데이 황숙혜 기자 2007.10.0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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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IQ를 높여라]펀드 기준가격

'묻지마'가 아니라 제대로 된 펀드 투자를 하겠노라 다짐한 최고가 씨. 나름대로 목표를 세워 그에 맞는 투자기간을 정하고, 주요 펀드평가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적당한 상품에 어떤 것이 있는지 시장조사도 벌였다. 자산운용사의 평판과 펀드의 과거 수익률을 챙긴 것은 물론이다.

보름 가까이 고심한 최고가 씨는 마침내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펀드 4개를 찾아냈다. 이 중 특히 H운용사의 펀드에 마음이 끌리는데 한 가지 걸리는 문제가 있다.



최고가 씨가 염려하는 부분은 다름아닌 펀드의 기준가격이다. 주식에 주가가 있듯이 펀드에는 기준가격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최고가 씨는 H운용사의 펀드 기준가격이 너무 높다고 생각한 것.

문제의 펀드는 기준가격이 1400원을 웃돌고 있으며, 이는 펀드 평가회사에서 수익률 상위 펀드로 선정한 다른 상품에 비해 높을 뿐 아니라 최고가 씨가 최종적으로 꼽은 4개 상품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준가격이 이렇게 높으니 펀드에 가입하자 마자 떨어지면 어떡하지.'
'기준가격이 조금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입하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

기준가격 때문에 이런 저런 고민에 빠진 최고가 씨. 신문에서 언급되는 '뜬다'는 펀드에 가입할 때는 이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괜한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펀드 기준가격에 대한 최고가 씨의 생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어디서 이런 고민이 비롯된 것인지 짐작이 가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최고가 씨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주식에 주가가 있는 것처럼 펀드에도 각 상품마다 기준가격이 있다'는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펀드 투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비유한 것일 뿐 펀드의 기준가격이 주가와 같은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주가는 해당 주식의 밸류에이션을 나타내고, 따라서 투자 판단을 내리는 데 주요한 근거가 되지만 펀드의 기준가격이 이같은 용도로 쓰이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펀드의 기준가격은 투자자가 맡긴 자금을 운용해 얻은 총자산에서 비용을 제외한 가치를 설정된 좌수로 나눈 값이다. 이는 펀드에 편입된 유가증권의 가치, 즉 매니저의 펀드 운용 성과에 따라 매일 변한다.

펀드 기준가격은 보통 1000좌 단위로 표시되며, 1000좌 당 1000원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일부 1000원이 아니라 5000원 또는 1만원을 최초 기준가격으로 하는 상품도 있다.

펀드는 매년 한 번씩 결산을 실시하며, 이 때 기준가격이 1000원으로 조정된다. 1200원이던 펀드 기준가격이 결산 이후 1000원으로 조정된다고 해서 펀드 가입자가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기준가격이 낮춰진 만큼 펀드 좌수를 채워줌으로써 자산가치 감소를 방지하기 때문이다.

펀드의 기준가격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운용 성과가 우수하다는 뜻일 뿐 펀드의 가치가 고평가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반대로 기준가격이 낮다고 해서 매수 부담이 낮다고 생각하는 것도 맞지 않다.

펀드 기준가격이 낮은 것은 편입된 유가증권의 가치가 낮은 것이고, 이는 곧 운용 실적이 부진하다는 것을 뜻한다.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펀드 기준가는 투자자들이 매매하는 데 거래의 단위로 사용하는 가격일 뿐 투자 판단의 근거가 되는 지표로 볼 수는 없다"며 "주가처럼 기준가격을 펀드의 밸류에이션을 판단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투자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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