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세계1등'을 향해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07.09.28 13:25
글자크기

[CEO꿈땀]김상근 상보 대표

두번째 '세계1등'을 향해


"회사가 어렵다고 종업원을 무차별적으로 해고하는 기업가는 할복해야 한다." 오쿠다 히로시 전 토요타자동차 회장의 일갈이다.

새로운 활로를 뚫어 직원을 보듬어낼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최고경영자(CEO)라는 주장. 김상근(57) 상보 대표의 지난 30년 사업인생이 바로 그랬다.

오는 10월 1일 코스닥에 상장하는 상보는 한 때 자기 주력 분야에서 세계 1등을 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후 전체 업계가 사양화되면서, 많은 기업이 사라졌지만 상보는 없어지지 않았다. 김 대표는 계속 새로운 기술을 개발, 또 다른 세계 1위를 향해 달리고 있다.

# 3번째 창업
 
김 대표는 1970년 20살때부터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회사를 다니며 대학을 마쳤다. "섬유와 가발 수출에 필요한 포장필름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직원 1명 데리고 시작했는데, 7년후 그만둘 무렵엔 직원을 60명까지 불렸습니다."
 
그의 능력을 눈여겨 본 사업가가 있었다. 동업으로 포장용 필름업체를 창업하자고 제안했다. "그 분이 자본을 대고 제가 사업을 맡아서 지분을 50대50으로 하는 걸로 구두합의를 봤습니다. 당시엔 계약서나 공증도 잘 몰랐지요. 기대와 달리 자본도 여의치 않았지만 발로 뛰며 사업을 시작했는데 꽤 잘 됐어요. 그런데 애초 약속과 달리 절반의 회사지분을 주지 않았습니다. 제 후임자도 미리 준비해두고 있더라구요. 결국 그만두게 됐지요."
 
새로 2번째 창업을 했다.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포장재를 만들어 팔았습니다. 그런데로 유지가 되는 와중에, 후배가 매각대금을 나중에 주겠다며 달라고 해서 양도했는데 대금을 떼였습니다."
 
1977년 3번째 창업에 도전해 만든 회사가 상보였다. "제가 살던 집 끝방을 세 주고 받은 보증금 40만원을 자본금을 해서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어머니께 '앞으로 3년은 없는 자식으로 생각해주십사' 하고 말씀드릴 정도로 비장한 각오를 했지요. 세든 공장 귀퉁이에서 다시 세를 얻고, 할부로 갚겠다고 하고 기계 1대를 들여 포장필름 제조업을 시작했습니다."
 
사업은 순탄하게 풀렸다. "그러면서도 늘 고민을 했습니다. 평소 수출을 해야 돈을 제대로 버는 것이고, 수입하는 건 돈을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수출할 능력은 안 되니 수입을 대체하는 쪽에서 아이템을 찾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미디어 필름이었다.
 
#세계 1등
 
당시 오디오·비디오용 테이프를 생산하던 대기업의 공장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오디오·비디오테이프에서는 음질과 화질을 보호하던 특수 미디어 필름은 모두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었습니다. 이걸 한번 개발해보자고 결심했죠. 신용보증기금에서 돈을 빌려 공장과 기계를 들여와 시작했습니다."
 
1979년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 한때 세계 시장의 70%까지 차지하기도 했다. "국내업체에 대한 판매가보다 해외업체에 대한 수출가격을 30%이상 높게 받았습니다. 저로선 우리나라가 오디오·비디오 테이프 시장에서 세계 1등을 차지하는 데 있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점차 CD 등이 그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산업전체가 점차 사양화됐다. "일감이 줄어드니까 고민이 많았죠. 하지만 절대 구조조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축척해둔 인쇄·코팅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90년대 중반부터는 자동차용 윈도우 필름을 개발, 세계 30개국에 수출할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지요."
 
# 3M
 
김 대표는 2000년대 들어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에 주목했다. "LCD에서 빛을 내는 장치가 백라이트유닛(BLU)입니다. BLU에는 빛을 벌려주는 확산시트와 빛이 퍼지지 않도록 하는 보호시트, 그리고 빛을 모아주는 프리즘 시트 등이 들어갑니다. 저희는 전 세계 전자소재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이 3가지 광학필름을 모두 공급할 수 있는 회사입니다."
 
이 가운데 특히 프리즘시트는 그동안 3M이 특허기술을 통해 세계 시장을 휩쓸던 품목이었다. "저희는 아예 3M과 다른 실리콘 계열 소재를 사용해 2005년 세계 특허를 출원했고, 친환경 측면에서도 강점이 큽니다. 올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저희 회사는 기초소재부터 가공까지 일관된 기술을 가진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더 기술을 갈고닦아 이 분야에서 3M을 한번 이겨보고 싶습니다."
 
이런 실력을 인정받아 상보는 지난 7월 산업은행이 선정하는 'KDB 글로벌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꿈을 물었다. "필름 코팅 기술은 디지털기기를 비롯한 모든 산업의 기본이 되는 분야입니다. 꾸준한 기술개발로 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기업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