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만 많이 한다고 싱글 될까

김헌 호남대 골프학과 겸임교수 2007.09.28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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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골프]정보 수집과 선택이 골프의 본질

결과적으로 하나의 굿샷이 있으려면 지난한 연습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연습이라는 것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연습만으로 굿샷이 만들어 지리라는 것처럼 순진한 생각도 없다.

굿샷을 위한 충분조건은 샷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능력, 처리된 정보에 따라 샷을 결정하고 그러한 샷을 하기에 적합한 클럽을 선택하는 능력이다. 즉 골프는 선택의 게임이다. 한 샷 한 샷을 하면서 수집해야 할 정보의 양은 상당하다. 수집된 정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샷의 종류 또한 여러



샷이 결정되었다면 거기서부터 클럽을 선택하는 일도 쉽지 않다. 초보자들이 이런 얘기를 들으면 아예 질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현장의 적응능력을 배제하고 원론적이고 이상적인 상태에서의 연습만으로 각종의 상황에 따른 굿샷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단 하나의 굿샷을 위해 수집해야 할 정보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볼이 놓여 있는 자리에 대한 정보를 먼저 수집해야 한다. 스텐스를 취할 지면의 경사도를 읽어야 하고 목표지점과는 평지인데 공이 놓인 자리가 경사가 있는 경우 내리막, 오르막, 왼발이 높은 경사, 오른발이 높은 지를 살펴야 한다,



또 볼이 잔디 위에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 지를 살펴야 한다. 잔디 위에 공이 예쁘게 떠있는 가장 이상적인 상황으로부터 잠겨있는 경우, 디봇자국에 들어가 있는 경우, 젖은 잔디 위에 있는 경우, 잔디는 말라 있는데 밑의 땅이 많이 젖어있는 경우 등 각각의 경우가 모두 다른 샷이 되어야 하고 그 상황에 맞는 샷을 구상하고 구상에 맞도록 클럽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골프에 있어 가장 빈번하게 마주하게 되고 변화무쌍한 정보가 바로 바람이다. 바람을 읽을 줄 아는가가 곧 핸디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한 클럽 바람인가 두 클럽 바람인가, 맞바람인가 뒷바람인가 옆바람인가? 내 자리에서 바람인가, 공이 떨어질 지점에서의 바람인가? 평지의 바람인가 고공의 바람인가? 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목표지점까지의 거리를 판단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정보해석능력이다. 많은 골퍼들이 캐디에게 의존하지만 목측능력도 사실은 골퍼들 스스로가 배양해야 할 필수적인 능력이다. 경사에 따라 거리를 어떻게 볼 것인가? 목표지점까지의 거리를 목측하는 능력, 내리막 거리계산 방법, 오르막 거리계산 방법, 발의 경사각도에 따라 구질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


볼이 떨어질 자리에 대한 정보도 대단히 중요하다. 어디로 볼이 흐를 것인가, 볼이 떨어질 자리는 젖어 있나 말라있나? 착지 점이 오르막인가 내리막인가.

이상 몇 가지만 추려서 얘기한 것이지만 최소한 그 정도라도 정보를 수집해서 전략을 짜야 한다. 올릴 것인가 말 것인가? 언제라도 그린을 직접 공략해야 한다는 생각을 빨리 버려야 한다. 직접 그린을 노리는 일이 너무나 많은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면 과감히 다음 샷을 위한 가장 편한 자리를 발견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결정을 공이 놓여있는 자리에 가서야 하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한 샷을 하고 다음 샷을 위해 걸어가는 동안 이미 고민하고 있어야 하고 선택의 범위를 좁혀서 클럽을 선택할 때 3개정도의 클럽으로 압축해 놓아야 한다. 매 샷 어떻게 이런 복잡한 의사결정과정을 거칠 수 있단 말인가? 라고 묻지 마라. 이런 고려를 안 하고서 공을 치고 있는 고수는 없다. 남들은 다 하고 있고 당신만 안하고 있거나 혹은 대충하고 있는 것이다.

초보자 때부터 몸에 배어야 한다. 비즈니스를 얘기하고 수다를 떨면서도 생각은 다음 샷에 집중하고 있고 온갖 종류의 정보를 수집하면서 다음 샷의 종류와 클럽의 선택을 고려하고 있어야 한다.

어쩌면 골프는 전쟁이다. 사격연습만으로 그 전쟁에서 이길 수 있으리라는 순진한 발상을 버려야 한다. 전쟁의 요체는 전략과 전술이다. 전략과 전술을 정확히 수립하려면 결국 정보의 수집과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그런 선택과 판단의 재미가 골프의 본질일 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골프와 더불어 행복하세요. (마음골프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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