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삼성전자를 추월한다?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2007.09.2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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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 춘추시대에서 전국시대로…최후의 승자는

세계 메모리반도체업계가 '춘추(春秋)시대'를 넘어 '전국(戰國)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것일까. 메모리시장의 절대강자였던 삼성전자 (78,300원 ▼100 -0.13%)의 위상 하락, 만년 구조조정업체로 홀대받던 하이닉스 (185,300원 ▲1,500 +0.82%)반도체의 화려한 부활, 일본 엘피다의 예상치 못한 약진, 삼성전자의 기침에도 맥을 못추던 대만 업체들의 거센 도전….

상당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지난해에 이어 올들어 더욱 고전하고 있는 이유를 이처럼 풀이하고 있다. 한국 자본시장의 '황제'로 군림하던 삼성전자의 추락은 '영원한 절대강자는 없다'는 격언을 다시한번 확인시키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누군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생활가전이란 황금분할을 통해 세계 최강의 '공력'을 갖춘 고수 중의 고수다. 그래서 시장은 삼성전자의 '비책'이 무엇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수'가 그다지 많지 않고, 그나마 그 '수'를 적들이 이미 읽고 있어 효과가 없을 것이란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세계 반도체시장의 지각변동 속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가는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기관을 비롯해 주요 투자자들이 주시하고 있는 투자 포인트다.



◇"삼성전자 가슴에 비수를 꽂다"=삼성전자가 '나홀로 독주'를 꿈꾸고 있을 때 하이닉스와 엘피다는 각각 대만의 프로모스와 파워칩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 연합전선을 꾸렸다. 하이닉스는 공동전선을 통해 부족한 실탄(자금)을 충당했고, 엘피다는 생산능력 확대를 도모했다.

이 전략은 절대강자인 삼성전자를 쓰러뜨리기 위한 승부수였다.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 군소세력과 힘을 합치는 승부수를 띄웠다.

송종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연합 결과 기술력이 부족했던 대만 업체들이 빠르게 기술격차를 줄이며 선두업체를 위협했고, 이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기술·제품 개발→시장주도→대규모 이익 실현→후발업체 진입시 대량 양산→견제와 시장주도'로 이어지는 성공전략을 성공적으로 펼쳤지만 기술격차가 줄고 대만업체들의 체력이 좋아진 상태에서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990년대까지 삼성전자는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량생산 주도 등을 통해 헤게모니를 장악, 절대강자로 군림해 왔다"며 "앞으로도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세걸음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양산라인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난해 수익을 많이 낸 대만업체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결국 삼성전자의 실적 및 수익성 악화와 주가하락은 2, 3위였던 하이닉스와 엘피다 그리고 대만의 군소업체간 연합전선 때문에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절대 권좌가 흔들리고 각 업체들이 각개약진하는 춘추시대를 맞이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춘추시대도 빠르게 전국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메모리시장의 위축이 장기화되면서 '진정한 내공'을 갖춘 고수 중심으로 시장이 다시 정리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1위를 유지할 지, 새로운 절대강자가 등장할 지 섣부른 예측을 어렵게 한다.

◇'치킨게임', 최후의 승자는=메모리업체들은 저마다 "생산량 줄이기는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지난해 D램 시장이 어려웠을 때 D램 생산설비를 낸드플래시 쪽으로 돌렸지만 올해는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럴 경우 대만업체들에 숨통을 돌릴 수 있는 여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차라리 "갈 때까지 가보자"는 강력한 정공법을 강조하고 있다. 1, 2위 메모리업체로서 치킨게임을 벌이면 결국 힘이 약한 대만업체들이 벼랑에 내몰릴 것이란 자신감도 깔려 있다.

이런 가운데 하이닉스 김종갑 사장의 최근 발언은 시장관심을 환기시켰다. 김 사장은 "대만업체 등이 공격적으로 생산량을 늘리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만업체들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하이닉스는 결코 생산량을 줄일 생각이 없고, 후발주자들이 시장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대만 등 후발업체들에게 '주제를 알고 알아서 조절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다. '양보할 생각이 없으니, 도전해 보라'는 자신감이기도 하다.

이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조심스럽게 하이닉스의 절대강자 등극을 점치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송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는 당초 예상을 깨고 기술력과 양산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68나노, 하이닉스는 66나노를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최소한 D램 부문에서 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전쟁'이 시장약화를 초래한 만큼 세력 재편성을 통해 '시장질서'가 재건돼야 시장이 안정되고 주가의 본격적인 상승반전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점쳐진다.

최 애널리스트는 "과잉 공급국면은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주가는 이익(실적)과 연동되기 때문에 당분간 IT주는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내년 하반기께 기업의 PC 교체주기가 찾아오고 시장재편이 마무리될 때 비로소 주가 상승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측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와 엘피다의 경우 대만업체와의 전략적 관계를 통해 자신들도 어려워지고 있어 지금과 같은 긴밀한 관계를 마냥 이어가기 힘들 것"이라며 "현재 예정돼 있는 내년 2/4분기까지의 투자분이 집행된 뒤 하반기부터 신규 투자는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삼성전자측은 이에 대해 "비록 시장이 어렵고 (삼성전자의) 헤게모니가 상당히 약화되긴 했지만 삼성전자는 '빙하기'를 이겨낼 수 있는 최상의 저력을 갖고 있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여전히 1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27일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가 집계·발표한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는 2/4분기에 시장점유율, 매출액, 출하량 등 모든 분야에서 1위를 고수했다.

한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계절적 성수기인 4/42분기를 앞두고 27일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각각 전거래일 대비 4%, 5%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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