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개선" 목청 높여 주가 높인다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07.09.2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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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암 기자의 돈되는 펀드, 돈잃는 펀드]-① 알리안츠자산운용 '기업가치향상 장기주식펀드'

편집자주 바야흐로 펀드 전성시대다. '1가구 1펀드' 시대를 넘어 '1가구 다펀드' 시대에 접어들었다. 펀드를 통해 교육자금과 노후자금 등을 마련하는 것이 보편적인 투자문화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펀드대중화이 비례해서 '좋은 펀드'에 대한 갈증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펀드평가사와 펀드판매사의 도움을 받아 '1년이상 장기투자시 만족할 만한 이익'을 낼 수 있는 '좋은 펀드'를 매주 소개하고자 한다. 반면 철학과 운용전략의 괴리 등 '즉각 환매'해야 할 펀드도 객관적으로 지적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합리적이고 성공적인 '펀드투자'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

"지배구조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대대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펀드가 대형화될수록 시장보다 훨씬 안정된 고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지배구조개선" 목청 높여 주가 높인다


김정우(사진) 알리안츠자산운용 이사는 27일 국내최초의 공모 지배구조개선펀드인 '기업가치향상 장기주식투자신탁'의 장점을 이같이 강조했다. 외환위기 이후 상당히 개선됐지만 계열사 편법지원이나 대주주의 자금횡령, 경영진 견제장치 미흡 등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은 여전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기에 이를 개선하기만 해도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게 김 이사의 판단이다.



그렇다고 '장하성펀드'처럼 경영진과 공개적인 갈등을 불사하면서까지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가급적 우호적인 관계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과 이를 통한 주가상승(기업가치 제고)에 나서겠다는 게 기본 운용철학이다.

이같은 전략은 지금까지 유효하게 나타났다. 지난해 8월18일 설정된후 74%의 수익률을 기록중이다(9월21일기준). 엄밀히 말해 코스피지수가 벤치마크는 아니지만 같은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43.41%)를 크게 윗돌고 있다.



지배구조 종목 30%, 가치주 30%, 대형주 30% 편입
이 펀드는 크게 크게 3가지 기준으로 종목을 편입한다. 지배구조개선 등을 통해 기업가치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을 30%, 실적대비 저평가된 중소형주를 30%, 나머지 30%는 시가총액비중이 대형주를 30% 편입한다.

7월말 이 펀드의 상위 10개종목을 보면 이같은 원칙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배구조개선" 목청 높여 주가 높인다
지배구조개선펀드에 삼성전자를 편입한 점이 시선을 끈다. 이와 관련, 김 이사는 "지배구조개선을 통해 펀드투자자 이익극대화를 추구하지만 공모펀드의 성격상 지수상승을 따라가기 위해 시가총액 비중 상위종목을 편입하고 있다"며 "하지만 기업지배구조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가 전체 펀드수익률의 50%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낙후된 지배구조로 만성적인 저평가 상태의 종목이 지배구조가 개선될 경우 급격한 주가상승이 일어난다는 경험에서다.


총위험 대비 수익률 상대적으로 높아
지난 1년간 이 펀드의 변동성은 코스피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21일기준). 모닝스타코리에 따르면 이 펀드의 표준편차(펀드수익률의 등락폭)는 3.05%로 코스피지수의 2.77%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1%등락할때 펀드수익률의 반응정도를 보여주는 펀드베타계수도 1.07를 기록했다.

펀드수익률이 등락폭이 상대적으로 크지만 연간수익률이 높아 샤프지수(수익률을 표준편차라 나눈 값으로 위험을 반영한 수익률을 측정하는 데 사용)는 0.29를 기록했다. 같은기간 코스피지수의 샤프지수는 0.19. 한마디로 큰 변동성을 반영해서 펀드수익률도 높게 나왔다는 의미다.

안상순 모닝스타코리아 펀드평가팀장은 "펀드설정후 지배구조개선 종목과 중소형 가치주를 사들이면서 펀드의 변동성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며 "하지만 중소형 가치주와 지배구조개선종목이 양호한 수익률을 내면서 투자자가 부담한 위험을 상쇄하는 양호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성산업, 동아제약에서 '주주목소리'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펀드투자자 수익률 제고원칙을 관철하기 위해 올 3월 주주총회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다. 대성산업의 정기 주총에서는 감사선임에 반대했고 동아제약 주주총회에서도 '이복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아닌 '기업가치 제고통한 주주이익 극대화'를 요구하면서 경영권 분쟁 양 당사자를 압박했다.

10월중에 개최될 동아제약 임시주총에서도 기업가치 제고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달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특히 동아제약 자사주를 교환사채(EB)로 변경하여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희석시킨 현경영진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이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펀드대형화'는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다.
특정기업의 지분이 많을수록 경영진에 대한 유무형의 압력행사가 가능해서다. 물론 외형적으로 나타난 설정액보단 영향력은 더 크다. 연기금 공제회 등 국내기관자금이 편입된 7000억원대 규모의 사모 '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의 영향력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김 이사는 "사모펀드에서 사들인 의결권을 합칠 경우 공모펀드의 영향력은 판매액보다 훨씬 크다"며 "공모 펀드 투자자들이 기관들의 후광을 입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이사는 '앞으로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펀드수익률 상승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공인회계사로 운용팀 구성...저평가 매력 발견에 유리

김 이사를 포함해서 모두 4명이 이 펀드를 운용한다. 특이한 것은 이중 3명의 펀드매니저들이 공인회계사 출신이라는 점이다. 김 이사도 정통(!) 펀드매니저와 상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미국에서 MBA를 졸업하고 AICPA(미국공인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10여년간 다국적 회계법인인 KPMG과 씨티은행에서 경영컨설팅과 자금조달 업무를 담당했다. 펀드매니저 경력은 5년에 불과하다.

김 이사는 "부당한 지배구조와 계열사 편법지원 등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주식매매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유가증권이 아닌 기업에 투자한다는 운용철학을 관철하는 데 공인회계사 경력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숨겨진 진주' .. 장기투자자 일부 편입해야
조현일 씨티은행 투자상품부장은 "이 펀드는 숨겨진 진주"라며 기업을 경영하듯이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자들에게 어울리는 펀드라고 평가했다.

조 부장은 "계열사 편법지원중단이나 비효율적 투자를 지양하는 것은 모두 장시간을 요하는 것이지만 기업가치 제고에는 매우 크게 기여한다"며 "이같은 노력들은 단기간의 주가등락을 겨냥해서는 얻을 수 없고 기업자체의 변화를 기대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성격때문에 "적어도 2년이상 여유돈을 묻을 수 있는 투자자들에게 일정 부분 편입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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