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평창이 밴쿠버와 소치에 진 이유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2007.09.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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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대 경제대국 걸맞게 공적개발원조(ODA) 대폭 확대해야

[광화문]평창이 밴쿠버와 소치에 진 이유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던 ‘평창의 꿈’이 두 번 연속 좌절됐다. 한번은 캐나다의 밴쿠버에, 다른 한번은 러시아의 소치에게 유치권을 빼앗기고 분루(憤淚)를 삼켜야 했다. 평창이 꿈을 이루지 못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평창만의 문제라기보다 한국 전체적으로 ‘2%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동계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투표권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의 개발도상국이 절반 가까이 갖고 있다. 이들의 표심을 움직인 것은 캐나다와 러시아의 ‘지원’으로 분석할 수 있다. 캐나다의 지난해 공적개발원조(ODA)는 37억1300만 달러로 한국(4억4700만 달러)보다 8.3배나 많았다. 러시아는 아직 ODA를 지원하지 못하지만,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볼 때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다. 11년 전인 1996년에는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비록 1997년 말 외환위기에 빠졌던 뼈아픈 고통이 있었지만, 극동의 이름 없던 나라에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의욕적으로 경제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이 한국모델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을 정도다. 게다가 국제연합(UN) 사무총장도 배출했다.

한국은 몸집만 커졌을 뿐 그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는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웃자란 철부지이다. 정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2008년 예산안’에 따르면 ODA가 국민소득(GN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0.096%다. 작년(0.05%)과 올해(0.081%)에 비하면 많이 늘었다는 게 기획예산처의 설명이다. 특히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을 감안할 때 0.12%에 이르는 데 북한을 빼고 ODA가 적다고 하는 것은 억울하다”(김대기 기획예산처 재정운용실장)는 것이다.



그러나 OECD 가입국의 평균 ODA/GNI는 0.30%(2006년 기준)이다. 227억달러로 1위인 미국이 0.17%로 낮은 편이지만 2위인 영국(126억달러)은 0.52% 나 된다. 국제 지원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일본도 0.25%나 된다.

최근 들어 지도층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도의적 책무)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잘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단단하게 뭉쳐 상생(相生)을 이뤄나가려면 지도층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한다. 그래야 갈등을 지양하고 조화를 지향함으로써 존중하고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기업도 CSR을 통해 당당하고 아름다운 이익을 창출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나갈 수 있다.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고 여럿이 함께 모여 사는 사회적 동물이다. 기업도 주주와 경영진이 종업원은 물론 공동체와 함께 협력하며 발전하는 사회적 존재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모든 나라가 함께 잘 사는 지구를 만들려면 잘 살게 된 만큼의 책임을 져야 한다. 다른 나라를 이용만하고 도움을 주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왕따’를 당하기 쉽다.

ODA는 아무런 대가없이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것만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ODA 지원국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ODA를 통해 지원받는 국가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을 통해 발전의 기틀을 다지고, 지원하는 국가는 수출시장을 확대하고 자원을 확보 하는 방식으로 ‘윈-윈’ 할 수 있다.

평창은 2018년에 열리는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3수를 할 것이라고 한다. 또 2012년에 개최되는 세계박람회를 여수에 유치하기 위해 온 나라가 팔 걷고 나서고 있다. 여수와 평창이 웃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것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한국 이미지를 좋게 바꾸는 일, ODA의 과감한 확대는 그런 노력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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