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변화 고위급회의장 앞과 지하 카페에는 언론사 기자들, 환경단체에서 온 활동가들이 진을 치고 앉아 있었다. 이들은 기후변화 이슈로 이만한 규모의 정부 고위급 관계자가 모였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이건 축제입니다. 정치인들도 기후변화 문제를 전 세계적 이슈로 바라보고 있음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축제 말이에요. 인류가 기후변화에 더 강화된 입장을 취할 필요를 드디어 느끼게 된 겁니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환경 규제가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주장은 억측입니다. 오히려 민간 부문을 자극해 경제 성장을 이끄는 촉매로 작용할 것입니다. 더 깨끗한 환경에서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 힘을 모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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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연설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기립 박수로 환호했다.
기후변화가 기업의 환경을 바꾸고 있다. 정부, 비정부기구(NGO)들은 반환경기업에 '채찍'을 휘두르고 투자자, 소비자들은 친환경기업에 '당근'을 준다.
이에 시장규제기구들은 기업에 환경 관련 정보 공시를 강화하고 있다. 이미 지구온난화 대처정책을 강력하게 펴고 있는 영국·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은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전략을 공시토록 강제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기후변화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온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 검사장은 지난 14일,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한 재무 위기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5개의 에너지 기업들 소환했다.
미국 주정부 관계자들과 연기금, 환경단체들은 지난 18일 공동으로 환경정보 공시를 강화하는 법안을 입법 청원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모든 상장회사들에 온실가스 배출정보, 대응전략 등 '투자자에게 좀 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강제하자는 내용이었다.
금융전문가, 투자자들이 24일 발표된 '2007 CDP보고서'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아비드 카르말리 메릴린치 기후변화 분과장은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은 그 회사의 존속, 즉 지속가능성을 시사하는 척도"라고 말했다.
그는 "기관투자자는 물론 주주, 소비자들이 이에 주목하고 있다"며 "기업의 환경영향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결코 급진적인 것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평가사 이노베스트의 휴손 발첼 대표는 "정부, 주주를 막론하고 거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엑손모빌과 같은 온실가스 대량방출 기업들조차 연방정부 차원의 환경 규준 마련을 촉구하는 데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구온난화 시대를 미리 준비해온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향방은 조만간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Green is Green." 최근 떠오른 시장의 유행어다. 앞의 '그린(Green)'은 환경, 뒤의 '그린'은 미국 푸른색의 달러화를 뜻한다. 즉, '환경은 돈'이라는 말이다.
이때 '돈'은 '비용'일 수도 있고 '수익'일 수도 있다. 기업이 '환경'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대하면 '환경은 곧 비용'이 된다. 반대로 거기에서 기회를 찾으면 '환경은 곧 수익'이 된다. 기업 전략이 '비용'과 '수익'의 차이를 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