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야기]양단간의 서막이 열리다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7.09.24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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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서 폭락했던 세계 증시가 급등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17일 재할인율을 전격적으로 0.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지난 18일 정기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콜금리와 재할인율을 모두 0.5%포인트 낮추면서 주가 기준으로 볼 때 서브프라임으로 불거진 금융시장 위기가 해소되고 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미달러화는 약세로 치닫고 있다. 유로화가 사상처음 1.4달러 위로 치솟았고 캐나다달러는 1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최근까지의 미달러 약세는 미국의 수출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 무역적자폭을 낮추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미국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순익 제고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이번 미국 금리인하의 결과로 촉발된 달러약세는 부정적인 면을 수반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감이 있는 상태에서 달러약세가 추세로 굳어진다면 더 이상 미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기 어렵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메워주던 외국인의 미국채 투자열풍이 식는다면 저축률이 현저히 떨어진 미국이 강구할 수 있는 수단은 극히 제한적이다.

유가와 금값은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달러화로 거래되는 이 상품(commodity)들의 훼손된 가치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가격이 올라야 하는 면이 있는데다가 인플레 우려까지 가세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세를 전세계 소비가 유지되는 결과로 해석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를 일축하는 주장이 여전하지만 금값의 급등은 구리, 납, 니켈 등과는 달리 원자재 수요 확대로 보기 어렵다.



중국 증시가 사상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는 한 걱정할 것이 없다는 논리가 여전하다. 중국이 전세계 경기를 이끄는 중심축이기 때문에 중국 증시가 선도적인 역할을 유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과 설비투자가 과열을 보이고 물가가 비정상적으로 높다지만 중국정부의 통제력에 대한 신뢰가 높다. 중국인의 홍콩증시 투자 허용 발표가 나오면서 항생지수가 폭등을 거듭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이 중국인의 투자여력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중국 만능주의에 빠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인권과 언론자유가 미개한 일당독재의 국가가 자본주의를 꽃피우고 전세계 리더 역할을 할 것으로 낙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해박람회까지는 고도성장이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이 팽배하지만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곳이 중국이다.
80년대에 미국을 삼킬 것이라던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의 세월을 겪었어도 위기론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을 일본만의 특수상황이라고 단정할 일은 아니다.

미국은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17번에 걸쳐 0.25%포인트씩 총 4.25%포인트의 금리를 올린 뒤 14개월만에 다시 금리 인하로 돌아섰다. 지난 98년 롱텀캐피털 파산으로 금리를 낮췄던 연준리(FRB)가 1년만에 금리를 원상태 회복시킨 것처럼 이번 금리인하도 서브프라임 사태가 다 해결되면 다시 인상되면서 물가 불안을 잡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발할 정도로 과도한 유동성이 유례없는 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FRB의 목표는 어느덧 주가 수준에 맞춰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이번 FRB의 금리정책 변화를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물가나 경기보다 증시를 중시하는 FRB의 의도가 드러난 이상 이제부터는 모든 시장이 새로운 모멘텀을 축적하면서 중장기적인 흐름을 구가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유로화, 유가, 금값, 항생지수, 중국 증시가 모두 전대미문의 길로 접어들었다.
어느 누구도 처음 보는 수치가 매일 바뀌는 이때야말로 지위고하나 경험보다는 상상력이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현물환 개입, 선물환 개입, NDF 개입에 이어 FX스왑시장에도 손을 댔고 통화스왑(CRS)까지 시장 모든 곳을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한국은행(BOK)의 전지전능도 서울외환시장에 새로운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젠 막거나 막지 못하거나의 양단간의 서막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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