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정규직→비정규직 '반대로'전환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7.09.2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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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정직 117명에 적용… 고비용·저효율 감사원 지적 회피

기업은행이 일부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이후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게 일반적인 수순인데 그 반대로 간 것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14,250원 0.00%)은 지난 10일 단순 사무직, 청원경찰, 운전사 등 152명의 별정직 중 117명을 명예퇴직시켰다. 이들은 명퇴 후 곧바로 비정규직으로 다시 고용됐다. 결국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바뀐 셈이다. 나머지 35명은 종전 정규직 신분으로 영업점에 재배치될 예정이다.



기업은행이 이처럼 복잡한 절차를 거친 표면적인 이유는 '업무순환 및 영업기회 제공'. 물론 35명의 별정직에 국한된 얘기다. 이들은 다음달부터 6개월 동안 교육을 받고 일선 영업점으로 가게 된다.

정규직을 비정규직화한 배경은 따로 있다. 기업은행은 해마다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인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청원경찰의 고액 연봉이 거론되면서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적인 은행 업무와 무관한 별정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이다.



기업은행은 이들에게 퇴직금을 줬고, 기존 월급의 80%를 보장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계약기간을 무기한 연장해 고용보장을 약속했다. 일종의 '무기계약직'인 셈이다.

아울러 별정직 직원에게 명퇴 전 영업점으로 갈 수 있는 선택권을 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업무와 전혀 다른 영업점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아 상당수가 명예퇴직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최선의 결정은 아니지만 다른 은행처럼 이들을 임의로 해고하고 파견직을 쓰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별정직을 파견직으로 대체하는 추세다.


다만 이들 은행은 비정규직을 파견직으로 대체해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은행과는 상황이 다르다. 노조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면 정규직의 경우 55세 이후 대부분 퇴직하지만 무기계약직은 60세까지 고용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에서 별다른 반발이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지난달 영업점의 비정규직 15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일부는 완전 정규직이 되고, 일부는 고용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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