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삼성 출자구조는 63차 방정식"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07.09.2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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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KoSIF 정기포럼에서

"삼성그룹 계열사 출자구조는 삼성전자가 만드는 반도체 만큼이나 복잡하다. 63차 방정식이다. 이것을 푸는 솔루션을 만들 수 있겠는가?"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20일 서울시티클럽에서 열린 제3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정기포럼에서 "(사람들이)삼성전자 M&A를 걱정하지만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 같은 주주 상황에서 적대적 M&A를 한다는 얘기는 적대적 M&A가 발달한 미국, 유럽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삼성전자를 적대적 M&A할 자본력 가질 수 있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인 지분 50% 넘으면 외국인들이 어디에 모여서 인수하자고 결의하겠는가, 국내인 지분율이 그 정도면 모여서 그렇게 하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따.



그는 "삼성전자는 수십개의 순환 출자 구조가 있다"며 "최종 책임이 어디에 있는가를 규정할 방법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많은 대기업이 계열사 중 하나만 기업공개한다"며 "나쁘게 말하면 비상장계열사가 상장사에 빨대 꽂고 빨아먹는 관계"라고 비판했다.

그는 "A는 상장회사고 B는 비상장회사인데, B가 불법적으로 A 주주의 권익을 침해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며 상법 개정안에 이중 대표를 인정하자고 제안했다.


LG (84,700원 ▲100 +0.12%)의 지배구조에 대해선 호평했다. 그는 "LG도 비슷한 관계(삼성과 비슷하게 복잡한 지배구조)였다"며 "LG의 지배구조는 지금 굉장히 간결하면서 책임성이 분명한 관계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2003년 3월에 LG 지주회사가 출범했을 때 다들 비웃었지만 지금 LG 주가가 그때보다 6~7배 올랐다"며 "그동안 계열사 매출이 6~7배 올라서 주가가 오른 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대기업들의 투자 상황을 보면 총수의 의결권 확보를 위해 투자하고 있다"며 "때문에 자본이 놀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권 보호론에 대해선 일침을 가했다. 그는 "경영권을 방어해야 한다는 쪽은 경영권이 보장되어야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운다는 논리를 편다"며 "그렇다면 정치 권력도 보호되어냐 하는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경영권은 보호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도전 받아야 할 대상"이라며 "이건 사유재산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90% 지분 가졌더라도 10%의 주주의 권익이 침해 받는다면 그건 보호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도전 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한편, 한국 할인,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해 그는 "거시적, 산업적으로 비슷한 상황인 국가등급 A국가 중에서도 한국 PER이 가장 낮다"며 "기업지배구조의 후진성, 국내 장기주식 투자수요, 반개방 및 반외국인 정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래는 포럼에서 강연한 내용 전문이다.

◇장하성 교수 강연내용 전문



장하성펀드 아니다. 저 뒷자리에 앉은 언론이 붙인 이름이다. 라자드코리아기업지배구조펀드다. 오늘 한 투자자가 찾아왔는데, “꼭 네 이름 붙여야 하느냐”해서 아니라고 설명했다.

먼저 기업의 목적에 대해 말하고 싶다. 이익의 극대화는 기업의 실제 목적될 수 없다. 기업의 목적은 경제활동의 궁극적 목표인 ‘부가가치의 창출’이다.

아주 큰 틀에서 보면 고용을 통한 ‘임금’, 국가에 내는 ‘세금’, 기업 그 자체의 ‘기업가치’가 부가가치다. 가치창출에 있어서 임금, 세금은 가변성이 낮다. 기업가치는 가변성이 높다.



지금처럼 재화, 서비스의 이동이 국경 없이 자유로운 시대에 자본이 갖는 상대적 가치가 커졌다. 후진국이 많이 가진 노동의 이동은 제한되어 있어서 불공평한 세계화라 볼 수 있다.

기업이 만들어낸 가치가 무엇이냐, 이익 즉 자본을 늘려야만 가치가 늘어나느냐 이야기해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국가 단위로 존재하는 자본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자본만큼 신선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일해서 벌지 않고 축적된 것이 자본이다. 모든 자본의 출발은 노동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의 소득의 일부를 남겨서 투자하는 것이다.



가장 기본의 투자는 인적 자본의 투자다. 우리 부모의 자식에 대한 투자가 그러하다. 선진국에 축적된 자본은 자기의 노동으로 축적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앞서 간 모든 나라가 타민족, 타국가를 통해서 자본을 축적했다. 우리는 이민족에 대해 그런 적 없다.

우리 선조가 우리에게 남겨준 생산요소는 자본도 아니고 자연도 아니고 노동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이뤄낸 성장은 100% 인적 자본으로 일궈낸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람은 부지런하고 돈은 일하지 않는 경제다. 많은 다른 나라는 사람은 일하지 않고 돈은 일하는 경제다.

칼 마르크스 같은, 아담 스미스 이후 최고의 사상가가 나와도 대안적 경제를 만들지 못한다. 결국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자본이다. 자본이 만든 문제는 자본이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사회책임투자로 사회책임기업이라고 생각한다.



얼마전 상장기업 IR 담당자들 대상으로 강연회에서 말했지만 ‘티끌 모아 태산’은 거짓말이다. 티끌 모아 태산 만들려면 구조가 받쳐줘야 한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버는 것도 싫어하는 말이다. 기업이 정승처럼 벌어 정승처럼 TJ야 한다. 즉, 정당한 부의 창출이 핵심 요소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우리 사회 공동체의 가치를 유지 발전시키는 범주 내에서, 더 넓게는 우리 사회를 더 풍요롭게 만들도록 부를 창출해야 한다. 이런 가치 추구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졌다면 개인이든, 조직이든 너무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시작은 기업지배구조다.

정치판 보면 내가 대통령 되면 경제성장 얼만큼 하겠다 등등 경제대통령 표방한다. 국민 열망에 따른 정치적 제스처인데 구체성이 없다. 우리 같은 작은 나라가 세계 흐름 거스를 힘은 없다. 새로운 경제 체제나 이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초기 자본주의가 꽃 피던 시절에 보면 왜 칼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썼는가 알 수 있을 정도로 악랄한 노동착취가 있었다. 탄광 어린이 노동착취를 보면 왜 그러한 접근을 하지 않을 수 없엇는가 알 수 있다. 이러한 이념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전쟁하고, 우리나라는 두쪽 났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성공한 것은 각 개인의 이익 추구와 집단적 합리성이 일치하지 않는 인간의 기본적 속성 때문이다. 많은 정계, 재계 리더들이 ‘나는 자유민주주의’라 하고 ‘시장주의’라 하는데 실제로는 시장경제에 반하는 경우 많다.

내가 보는 시장경제 작동의 기본은 사유재산의 보호다. 사유재산의 확보는 경쟁을 통한 것이다.



사유재산 보호는 그것이 작은 금액이든, 큰 금액이든 모두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소액주주라고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건 시장경제의 기본이다.

사유재산의 확보는 경쟁을 통해서 얻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보는 공정한 경쟁은 세 단계가 있다. 먼저, 경쟁에 진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타고 난 것이 원천적으로 다른 사람들이있다. 국가가 어떻게 해서든 국가가 그 출발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교육 등 실시한다.



그럼에도 엔트리 레벨을 낮춰줘야 한다. 경쟁에 진입했을 땐 우위를 가진 사람이 경쟁의 과정을 지배하면 안 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소액주주와 대주주이 같이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가 많다. 그건 엔트리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20세기 최대의 회계 부정 사건은 엔론이다. 대우가 망했을 때 분식회계 규모는 41조원이었다. 2003년의 SK그룹의 분식 규모는 1조2000억원이었다. 엔론의 회계부정 규모는 1조5000억원이었다. 한국에서 보면 비교할 수 없는 규모다. 거기 CEO는 25년형을 받았다. 한국에선 3개월 살고 나왔다. 공정성이 다르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까지 거론됐던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이 이름을 날린 건 연방검사시절이었다. 월스트리트 내부자 거래 적발한 것이었다.

당시, 정크 본드가 신용등급 BB 이하 채권을 이용해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수단이 됐다. 마이클 밀켄은 거래한 금액의 10배 벌금형에 종신형을 받았다. 미국 월스트리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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