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920원 사정권에..당국 혼선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7.09.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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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 임영록 차관 상반된 발언..'개입하나 안하나?'

원/달러환율이 이틀연속 월저점을 경신했다. 하루의 시차를 두고 나온 재경부 두 차관의 발언이 상반되면서 외환정책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전날보다 3.6원 떨어진 923.1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일 월중 종가 최저치다.



이날 달러화는 925.0원에 하락출발한 뒤 925.8원을 일고점으로 굳히고 2시10분 922.2원까지 하락일변도 흐름을 보였다.

엔화환율이 정체상태를 보이는 상황에서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추석전 네고물량이 출회되자 환율이 연일 속락하고 있다.
당국의 불개입 시사 발언으로 지난달 9∼10일 형성된 갭(923.3∼926.1원)이 지지력을 상실하면서 달러화가 서브프라임 사태 발발 이전인 910원대로의 회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전날 "일방적인 환율하락 기대심리를 불식시키겠다"던 임영록 재경부 제2차관의 발언과 달리 이날 김석동 제1차관은 "920원대의 환율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국의 혼선은 920원선 방어를 하지 않는 쪽으로 정책기조가 선회했다는 의심을 낳기 충분했다. 일사불란하게 대응해도 환율 띄우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당국의 내분은 연저점(913원) 방어력을 시험해볼 빌미를 제공하기 충분한 재료가 된다.

지난 11일 한국은행(BOK)이 FX스왑시장 개입에 나설 때부터 상황은 이상하게 돌아갔다. 과도한 낙폭을 보였던 스왑베이시스(CRS-IRS)가 정상 방향으로 돌아서는 조짐을 보이는 중에 FRB도 금리를 낮췄기 때문에 BOK의 스왑개입이 없었어도 무방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한 딜러는 "FRB가 금리를 인하할 때까지 1주일만 기다렸어도 굳이 사상초유의 스왑시장 개입같은 것은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면서 "이런 것을 몰랐다면 BOK의 정보력 부재를 입증하는 것이며, 스왑개입이 매도개입 효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부인한다면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력도 의심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딜러는 "FX스왑시장 개입으로 무너진 환율에 대해 그나마 재경부가 구두개입을 하면서 하락방어 효과가 나오나 했지만 오늘 김석동 차관의 발언으로 저가매수 마인드를 버렸다"면서 "910원대로 돌입했을 때 다시 현물환 매수개입을 본다면 당국의 처신이 우습게 될 것이며, 개입없이 연저점이 깨져 나간다면 지난 7월까지 단행한 개입과 여러 조치가 또 우습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FRB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미달러는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주가상승과 엔약세가 결합되면 원/달러환율은 하락으로 방향을 굳히기 십상이다.
달러화가 913.0∼952.3원의 올해 등락범위를 추석연휴 후에 벗어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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