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다던 미분양계획, 이틀만에 '졸속처리'

머니투데이 문성일 기자 2007.09.2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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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 대책, 퍼주기식 특혜시비도 우려

건설교통부가 불과 이틀 전까지만해도 "전혀 없다"던 미분양아파트 활용 방안을 서둘러 내놓았다.

방안에는 지방은 물론 수도권 일부 미분양 물량까지도 매입하는 계획과 함께 민간건설업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지방 물량을 건설임대로 전환하거나 개별·펀드 매입임대, 사원임대 등으로 활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당초 건교부는 지난 18일 재정경제부가 지방 미분양아파트 처리 방안에 대해 비축용을 중심으로 하는 활용 계획을 내놓을 때만 해도 '모르는 일'이라며 펄쩍 뛰었다.



당시 건교부 고위 관계자는 "(지방 미분양에 대해)심각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확정된 내용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는데 (재경부가)너무 앞서 간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건교부는 20일 발표한 '지방 미분양아파트 활용 방안'에서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해 놓았다. 이를 감안할 때 이미 방안을 만들어 놓고 '시치미'를 뗐거나, 재경부의 압박에 못이겨 서둘러 작업을 한 것이 아니냐란 지적이 일고 있다. 후자의 경우라면 이번 방안도 단순히 검토단계에서 결론을 지어버린 채 내놓은 '졸속 행정'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재경부의 경우 지방 중소건설사 부도나 주택시장 자체의 문제를 걱정하기에 앞서 주택사업에 투입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의 부실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너무 성급한 게 아니냐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명지전문대 서후석 교수는 "이번 대책이 지나치리만큼 신속하게 이뤄진 것은 주택정책의 중장기적 시각이 아니라 금융대책적인 접근이 우선시된 결과"라며 "이 경우 대책 전체가 졸속으로 갈 수 있는 환경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건교부가 이번 대책 중 '민간임대 활성화'를 목적으로 추진키로 한 리츠나 펀드 등의 민간자금 활용에 대해서도 수익률 보전차원에서 자칫 '특혜시비'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전문가는 "지방 임대주택의 경우 수익률이 2~3%도 안된다는 점에서 펀드 등을 통해 이익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이 경우 단순한 세제혜택이 아니라 리스크를 해결줘야 하기 때문에 공적부담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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