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하..원/달러환율 향방은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7.09.1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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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엔 약세↔주가 강세' 불러...지속성은 미지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로 미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원/달러환율이 급락했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전날보다 4.0원 하락한 926.7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환을 책임지고 있는 재정경제부엔 다시 비상이 걸렸다.

△한미 콜금리 역전= 한국은행은 지난달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5.0%로 0.25%포인트 올린 반면 미국은 18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금리(FFR)를 4.75%로 0.5%포인트를 낮추면서 한국과 미국의 콜금리가 역전됐다.



미국은 지난달 17일에 이어 재할인률을 또 한번 0.5%포인트 낮췄다. 콜금리(4.75%)와 재할인률(5.25%)의 격차가 0.5%포인트로 좁혀진 상태를 유지함에 따라 미국의 콜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환율 트레이딩 회사인 루쉬 인터내셔널의 수석 시장 전략가 오메르 에시너는 "미국이 연내 콜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올해 말까지 달러는 약세를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약달러가 고착화되면 원/달러환율도 하락세를 재개하게 된다. 그럴 경우 지난 7월25일 기록했던 연저점(913원)이 무너질 수 있다.

△당국 다시 비상체제= 재경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내내 회의를 갖은 뒤 "원/달러환율의 급락은 한번 지나가는 충격 정도"라고 말했다. 환율이 다시 하락세로 가닥을 잡은 것은 아니라는 견해다.

다른 재경부 관계자는 "경상수지와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세 등 수급 문제를 비롯해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환율이 추가로 더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영록 재경부 제2차관도 이날 오전 한국경제연구원 포럼에서 "외환·주식시장 등의 안정을 도모해 경제주체의 일방적인 환율 하락 기대심리를 불식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7일 연고점(952.3원)을 기록하기도 했던 환율이 한달만에 다시 개입선인 920원선을 사정권에 두자 당국이 바빠지기 시작한 것.

지난 7월 외국계은행의 달러차입 규모를 자본금의 6배에서 3배로 줄인데 이어 외화대출 용도 제한 조치를 취하는 등 숱한 노력을 통해 환율을 끌어올렸던 당국이 이제 쓸 수 있는 카드는 달러매수 개입이라는 정공법 뿐이다.

△엔화는 주가에 좌우= 미국이 금리를 낮췄지만 엔화는 오히려 더 약세를 나타냈다. 엔/달러환율은 115엔에서 116엔으로 1엔 상승했으며 엔/유로환율은 159엔에서 162엔으로 대폭 상승했다. 유로화는 1.398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콜금리가 인하된 반면 이날 금융정책회의를 연 일본은행(BOJ)은 콜금리를 0.5%로 유지했다. 4.75%였던 미일 금리차가 4.25%로 좁혀졌기 때문에 금리만을 따진다면 엔화는 강세를 보였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미국 금리인하 후 엔화는 모든 통화에 대해 약세를 나타냈다. 이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금리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주가 방향에 의해 이뤄짐을 방증한다.
전세계 증시가 상승세를 보일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가 확대되면서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반면 증시가 하락할 때는 레버리지를 일으킨 환투기가 감소하면서 엔화가 강세로 반전되는 메커니즘을 따르는 것.
서브프라임 위기로 지난 8월 증시가 폭락할 때 엔캐리 청산으로 엔화가 초강세를 보였다가 각국 중앙은행의 긴급자금 투입으로 증시가 살아나면서 엔화가 다시 약세를 보이는 점이 엔화의 증시 추종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증시가 방향타= 미국의 금리인하로 각국 증시가 2∼3%나 급등했다. 증시가 상승추세를 이어간다면 엔캐리 트레이드가 다시 활개를 칠 것이며 원/달러환율도 당국의 시장개입을 불러낼 정도로 낙폭을 키우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콜금리를 더 낮추고 긴급자금 투입규모를 늘린다고 해서 증시가 다시 예전의 상승일변도 국면을 재개한다는 보장은 없다.
서브프라임으로 촉발된 모기지 사태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뿐더러 자산시장 투자열풍을 되살리기에는 신뢰 상실의 상처가 워낙 깊다.

게다가 인플레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중국은 더이상 디플레가 아닌 인플레 수출국으로 변모했다. 국제유가는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인플레 지표라는 금값도 사상최고치를 목전에 두고 있다.

투자은행,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 주식투자 전선에 나섰던 금융기관들이 타격을 받은데 이어 예금인출사태까지 벌어지자 영란은행(BOE)까지 나서서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의 조치가 취해지는 것일 뿐 경제펀더멘털이 악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상당하다.
중앙은행이 해결사를 자처하며 전면에 나선 현 상황이 증시를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태그플레이션을 조장하는 큰 실수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98년 롱텀캐피털 파산, 2000년 닷컴버블 붕괴와 2001년 9/11 테러 등을 다 일시적인 충격으로 이겨냈던 그린스펀 전 연준리 총재 재임시의 자산시장 영화가 계속될 지 여부가 도마위에 오른 것이다.

증시가 살아나면 엔캐리 트레이드가 재개되면서 엔화가 약세를 재개하고 원/달러환율은 당국의 개입을 불러낼 정도로 하락세를 보일 것이다.
반대로 증시가 무너지면 엔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원/달러환율은 상승할 것이다.
미국 금리인하의 첫 시장 반향은 전자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답은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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