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가맹점 수수료 4500억 낮춰라"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7.09.1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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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별 인하액 권고… 업계 "사실상 지시" 반발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관련, 금융당국이 카드사 사장들에게 구체적인 인하폭을 구두 지시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금융계는 당국이 정책을 통해 시장변화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이번 조치는 사회주의나 다름없는 형태로 진행됐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주말까지 각 카드사 사장들에게 중소 가맹점들의 수수료 인하액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비씨카드 1300억원 △KB카드 700억원 △삼성카드 450억원 △현대카드 200억원 △LG·신한카드 1200억 △롯데카드 200억원 등 카드사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들 카드사들이 금감원에서 지시받은 인하총액은 4050억원으로, 나머지 카드사들을 포함할 경우 4500억원에 근접한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지시한 수준에 못미치는 인하폭을 내부검토했던 카드사 임직원은 주말까지 비상대기하며 기존안을 부랴부랴 수정하는 등 한바탕 난리가 났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당초 금융연구원의 가맹점 수수료 표준안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 인하폭을 결정했는데, 이를 금감원에 보고한 후 갑작스레 CEO로부터 전면 재검토 지시가 내려왔다"며 "금감원의 기대수준 이하로 인하폭을 결정했던 카드사들은 난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카드사들은 금감원에 제출할 새로운 수수료 인하안을 급히 작성했으며, 일부는 아직 인하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난감한 표정이다. 이와 관련, 금융계는 "금감원이 너무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금융사의 한 임원은 "금감원에서는 '권고'했다는 식으로 발뺌하지만, 이행을 안할 경우 여러 방법으로 사후제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사실상 '지시'나 다름없다"며 "특히 이번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의 경우 그 정도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카드사들에게 강제나 다름없는 지시를 내렸다는 점이 알려지며, 김용덕 금감위원장에게도 큰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 금감위원장은 그간 각종 언론이나 국회 업무보고 등에서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하는 시장 자율에 맞기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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