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서 청와대 둥지틀기 '고민'

김익태 기자 2007.09.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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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 보좌 위한 추가 비용 방정식

2002년 대선 직후 대통력직인수위원회가 꾸려지면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캠프 소속 교수와 핵심 참모들이 속속 서울로 모여들었다.

대통령 당선자는 청와대에 들어가면 그만이었지만, 서울에 연고가 없던 지방출신들은 거처를 마련하는게 급선무였다.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해야 하는 비서실 내 주요 인사들은 청와대 주변에 둥지를 틀었다.



문재인 비서실장은 당시 친척 집에 있다 청와대 주변에 집을 구했고, 윤승용 홍보수석은 현재 청와대 근처 오피스텔에 머물고 있다. 비서실 내 2인자로 통하는 정책실장들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한때 서울에 유학 온 대학생 아들이 사는 봉천동 아파트에 머물렀고, 김병준 전 정책실장도 구기동 북악산 주변의 한 빌라에 살고 있다.



하지만 관료 출신 정책실장들은 달랐다. 서울 근교에 자택이 있었지만, 출퇴근이 쉽지 않은 관계로 청와대 지근거리에 위치한 레지던스 호텔에 자리를 잡았다.

'신정아 파문'에 연루된 변양균 전 정책실장은 서울 종로의 '서머셋 펠리스'에 살았다. 변 전 실장의 집은 경기도 과천시 문원동이다. 변 전 실장 직전 정책실장을 지낸 권오규 경제부총리 역시 이 곳에 잠시 머물렀다. 집이 용인인 탓이다.

대한민국은 거주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다. 이들이 어디에 묵었는지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더구나 서울로 출퇴근 하는게 '고역'인 직장인들 조차 회사 주변에 조그만 오피스텔 하나 얻는게 그렇게 새로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고급호텔의 숙박비를 누군가 대신 지불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선의가 아무리 좋다해도 '정책실장'이라는 자리의 무게를 감안할 때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때마침 검찰이 변 전 실장의 투숙 관련 자료에서 숙박비가 대납됐다는 정황을 포착, 대가성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때가 때인 만큼 재정경제부 역시 권 부총리의 숙박비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숙박비는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변 전 실장과 달리 권 부총리는 본인이 부담했다는 설명이다.

만일 숙박비 대납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설사 대가성이 없었다 해도 청와대는 도덕성에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청와대 내 주요 인사들의 거주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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